2016. 7. 23. 14:12

저장용. 말과 글을 조심하자.

설시(舌詩)

-풍도(馮道)

​口是禍​之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舌是斬身刀,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

​閉口深藏舌,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安身處處宇,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다산 정약용의 편지


아들 학유에게 보낸다.

 편지 한 장 쓸 때마다 두 번 세 번 읽어 보면서 이 편지가 사통오달(四通五達)한 번화가에 떨어졌을 때, '나의 원수가 펴 보더라도 내가 죄를 얻지 않을 것인가'라고 생각하면서 써야 하고, 또 이 편지가 수백 년 동안 전해져서 안목 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보여지더라도 조롱을 받지 않을 편지인가를 생각해 본 후에 비로소 봉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바로 군자가 삼가는 바이다. 내가 젊어서 글자를 너무 빨리 썼기 때문에 여러 번 이런 계율을 어긴 적이 있었는데, 중년에 화 입을 것을 두려워하여 이런 원칙을 지켰더니 아주 큰 도움을 얻었다. 너희도 이 점을 명심토록 하여라.

1810년 봄, 다산(茶山) 동암(東庵)에서 쓰다



 풍도의 설시는 5대 10국의 난세를 겪은 처세가의, 약간은 비겁해보이는 처세를 담은 것이라 볼 수도 있고 다산의 학유에게 보낸 편지도 말미에 화를 두려워해서 삼갔더니 도움이 됐다는 구절을 보면 그저 해를 입지 않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 할 여지도 있지만, 두 글 모두 발언의 정당성과 정중함을 말하고 있다.

 실질적인 이득은 부수적인 것일 뿐이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할 또 다른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언행에 대한 예의가 근본적인 내용이다. 폭력이 폭력을 낳는 것 처럼, 언행의 폭력도 또 다른 폭언을 불러올 뿐이다. 거기에는 아무런 생산적인 면이 없고 오로지 소모적인 논쟁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