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ry turtledove, Herbig -Haro 연습 1차
Herbig-Haro Erig. G. Iverson (Harry Turtledove)
다른 우주선들과 마찬가지로 로키(Loki) 호도 항해를 했다. 에라스무스 창(Erasmus Chang)의 정찰선인 폴리의 기원(Praise of Folly)호는 너무 낡았다. 하이퍼드라이브를 들락날락 할 때마다 내장을 쥐어짜는 듯이 삐걱거렸고, 공기 재생기는 천식환자의 숨처럼 쌕쌕거렸으며 가중력(pseudogravity) 발생은 5%씩 왔다 갔다 했다. 창의 몸무게가 덕분에 20분마다 7킬로씩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었다. 컴퓨터 또한 낡았다. 어떤 면에서는, 사실 장점이었다. 내장된 내비게이터 데이터는 테란 연합 시절에 프로그램 된 것이었고, 60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가장 넓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메모리가 이따금씩 덤프되곤 했다. 컴퓨터는 스스로의 인격을 만들어갈 것이다 – 전력 흐름이 설정되었다. 창은 이 컴퓨터를 깊이 신뢰하지는 않았다. 그 자신 만큼이나 냉소적이고 비열한 놈이었으니까.
“음, 영웅님, 계속 살 찌고 있네요,” 라고, 창이 보기에는 어딘가 뒤틀린 즐거움을 느끼는 듯한 말을 컴퓨터가 했다.
“나도 알고 있거든, 고맙다.” 고 창이 으르렁대며 말했다. 그는 객실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 마르고 단정한 외모를 가졌고, 보통보다 약간 작은 키에 넓고 높이 솟은 광대뼈를 얇은 검은색 수염이 에워싸는 듯한 얼굴 모양새였다. 이리저리 걸어 다니면서도 그의 눈은 하이퍼드라이브 디텍터에 머물렀다. 봐야할 것은 거의 없었다. 드라이브가 켜져 있으면 정상우주의 기구들은 작동하지 않았다. 디텍터에 나타난 네 개의 반짝이는 점들은 자낫(Zanat)의 군함들이었다. 그 중 하나에는 덤벼들어 볼 만 했다. 넷을 동시에 상대하는 일은 자살행위였고, 창은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로키 호와 모든 인류는 자낫에 대해 알 필요가 있었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창이 소식을 전하기 전에 앞지르게 될 것이다 - 창이 오리온 성운을 미처 떠나기도 전에 말이다.
그는 샌드위치를 움켜잡고 먹었다. 그가 FTL 디스플레이를 다시 본 순간 네 척의 함선들은 어느새 좀 더 가까워졌다.
“다른 바(bar)를 고를걸 그랬어” 창이 말했다.
“당신만 그런 말은 한 것은 아니에요.” 컴퓨터가 말했다.
런던 펍에 초짜 소위가 들어오자 마자 창은 그의 항해가 망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어린 놈은 제복을 입고 있었고, 임무 중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창은 유일한 현직 군인이었다. 재수도 참 좋지. 창은 씁쓸해 하며 생각했다. 임무를 성공해도 축하할 일은 없겠군.
책 몇 권과 카세트와 시엔푸에고스의 성당에서 훔친 플로피디스크 몇 장이면 축하할 만 한 일이다. 낡은 플로피디스크는 특히 금 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시엔푸에고스 사람들 조차 알고 있었다. 그들은 신상(神像) 옆의 제단에 디스크를 올려놓기까지 했으니까. 정찰선의 파일럿은 소위가 중앙구난청(Salvage Service Central)에 데리고 가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씩씩댔다. 브킬라(B’kila)는 이 상황이 재밌다고 느꼈다. “그가 당신을 어디서 찾아낸거요? 런던 펍? 아니면 나디아(Nadia’s)?”
“런던 펍이야.” 창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습관을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은 놀랍지 않았다. 사실 그렇지 않았다면 더 놀랄 일이었다.
브킬라는 그를 한 번 훑어보고는, 눈썹을 찌푸렸다. “수염도 뭐 별로 없으시구만.” 정찰선의 파일럿은 손으로 턱을 가렸다. 시엔푸에고스에 있을 때부터 구레나룻을 길렀는데, 덕분에 눈에 덜 띄게 되었고,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그의 이름과는 다르게 그가 가진 코카시안의 유전자 덕택에 수염을 충분히 기를 수 있었다. “아줌씨 당신이 내 머리털들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날이 내가 전역하는 날이 될거요.”
브킬라가 박장대소를 하였고 이는 좋지 않은 징조였다. 그녀를 즐겁게 하는 일들은 대개 다른 사람들의 곤란함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통통한 흑인 여성이었고, 회색 직모를 가졌으며 중앙구난청의 이른바 우두머리였다. 로키의 어떤 친구들은 구난청을 스캐빈저 무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모두들 해적이나 도둑이나 간첩 같은 이름을 달고 시작했으며 그렇게 사라져갔다.
쓸데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보낸 후 브킬라는 창을 한쪽 벽을 몽땅 차지하고 있는 홀로 탱크(holo tank) 옆의 의자에 앉혔다. 그는 브킬라의 사무실에 올 때마다 항상 같은 느낌을 받았다 – 거미줄의 한 가운데에 있는 거미가 움직이는 것을 관찰하는 느낌이었다. 같은 편이라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그래서 뭐가 문제요?” 창이 불퉁하게 물었다. 확실히 시급한 이유가 아니라면 그녀가 굳이 창을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첩보원들이 자신을 뽐 낼 기회일 테니.
그녀는 책상의 버튼을 눌렀다. 홀로 탱크가 켜졌고, 인류가 발을 내딛었던 은하의 작은 부분들을 표시하였다. 얼마나 오래됐던, 어떤 경로로 생성된 정보이든 상관없이 인간이 정착한, 항성에 딸린 행성들은 파란 색으로 표시되었다. 붉은색은 인간이 아닌 종들이 하이퍼드라이브를 사용한 항성계의 항성을 표시한 것이었고 노란색은 아직 행성을 떠나지 못하는 종들을 표시한 것이었다. 남은 대부분의 별들은 생략되었다. 여기저기 퍼져 있는 흰색 점들은 수 광년 밖에서 항해 할 때 참조하기 좋은 절대광도를 가진 별들이었다. 그녀는 판자를 들어내고 다른 조종판을 건드렸다.
반짝이는 푸른 점들 중 하나가 유난히 더 밝게 빛났다. “시엔푸에고스 말야,” 그녀가 사족을 붙였다. “네 보고서를 봤어. 괜찮았어.”
“고맙군요.” 라 말하고 창이 기다렸다. 그녀의 칭찬은 또 다른 위험신호였다. 그녀가 살살 달래는 경우에는 대개 위험한 일이 따라왔다. 물론 그녀가 위험한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창에게 위험한 것이지.
그의 의심은 오리온 성운 근처에 네 개의 밝은 오렌지색 점이 나타나자 확실해졌다. 이윽고 위치를 확실히 하기 위해 점들은 어두워졌다.
“내가 판단하기로는, 지난 2년간 사라진 함선들을 표시한 것이 이 점들이야.”
“그건 불가능해요.” 창이 내뱉었다. “그 쪽에는 인간이 살고있지 않아요.” 로키 자체는 네뷸라에서 200광년 떨어진 테라워드(Terraward)였고, 가스 구름과 로키 사이에는 푸른 점들이 없었다.
“불가능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쓰기에는 적절치 못한 단어야.” 브킬라가 학생에게 좀 더 분발하라고 가르치듯 말했다.
“하지만-,” 창의 저항은 입 속에서만 머물렀다. 브킬라도 창 만큼이나 명확히 알고 있었다. 하이퍼드라이브에서 항해하는 함선들은 당연히 사각(死角)이 있다. 정상 우주로 돌아오면서 강체와 충돌할 가능성이 항상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굉장히 긴 구역이었다. 외계인들이 함선 한 척 정도는 잡아낼 함정을 설치했을 수도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네 곳 이라니, 기술의 최정점인 인간조차도-특히 로키와 같이 멸망한 구 인류연합의 기술들을 거의 대부분 보존한 행성 수준으로도 힘든 일이었다. 그 외에 남은 것은…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브킬라가 맥락과 떨어진 말을 했다.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이라고, 중세 영시인 프로스트의 시인데, 들어본적 있어?”
“아뇨. 한 번 도요.”
“기회가 되면 현대어로 번역한 것 좀 읽어봐. 그 프로스트라는 사람은 100년 후를 내다본 것 같단 말이지.”
홀로 탱크에 나타났던 은하 지도가 사라졌다. 흠집 투성이인 평평한 화면이 그 자리를 대신해서 나타났다. 북적이는 도시의 모습이었는데,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떼거지로 있었고, 시민들과 군인들이 있었으며, 창이 알지 못하는 함선에서 수 마일 정도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떨어져있는 모습이었다. 저 함선은 정말 조악하다고, 창은 생각했다.
“여기는 도쿄야. 첫 록솔라니(Roxolani) 함선이 지구에 도착한 곳이지. 카이로, 뉴욕, 모스크바, 상하이 등등 20여곳이 넘는 곳에도 그랬지. 기원후 2039년 이었어.” 브킬라가 상냥하게 말했다.
그런 고대사의 날짜 따위는 창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녀가 덧붙였다. “연합 창설 전 45년이야.”
그가 휘파람 소리를 내었다. 비디오가 열화된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거의 200년 넘은 물건이다. 얼마나 많이 복사되었을 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화면 상에서, 함선의 경사로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인간들이 얼마나 불안했을 지 알 수 있을 거야.” 브킬라가 건조하게 말했다. “그들은 록솔라니가 하이퍼드라이브에서 빠져나와 태양계에 진입했을 때부터 교신을 시도했어.” 창이 끄덕였다. 당연하게도 대답은 받지 못했었지.
록솔라니들이 밖으로 나왔다. 높은 헬멧과 강철 코르슬렛을 입은 튼실하고 털복숭이인 인간형 개체들이었다. 베테랑 분대다운 절도를 가지고 전열을 형성했다. 팔에 붉은 리본을 달고 장식 깃털을 매단 장교가 명령을 외쳤고, 곧 거총 하더니 인간들에게 발사하였다.
창은 고대인들의 비명을 듣게 되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비디오를 찍던 사람은 살기 위해 웅크렸고, 그 때문에 화면은 왜곡되고 흔들렸다. 그러나 이 정찰선의 파일럿은 하늘로 퍼져가는 흑색화약의 연기를 볼 수 있었다.
함선을 둘러싸고 있던 인간의 군인들이 즉시 개인화기와 로켓과 유탄발사기와 어찌어찌 가까이 위치하던 장갑차의 무반동총으로 공격을 개시했다.
화면이 다시 돌아왔을 때, 그 함선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고, 두 개체를 제외한 나머지 외계인들은 모두 쓰러져 있었다. 살아남은 그 둘은 쓰러진 전우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둘 다 머스킷총을 재장전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이 아닌 종들의 바디랭귀지는 항상 알아먹기 힘들었지만, 창은 그들이 무척이나 공포에 빠졌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가지 않은 길,” 브킬라가 중얼거렸다. “그 전까지 사람들은, FTL 항해는 영원히 불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몇 개의 단순한 장치만으로 반중력이나 하이퍼드라이브 진입이 가능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굉장한 충격이었지. 심지어 3, 4, 5세기 전에도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았을때는 더 했지.”
“그걸 왜 몰랐을까요?” 창이 물었다.
“나도 모르지. 알고 나니까 굉장히 명백한 일이었지만 말야. 도대체 어떤 종이 제철을 할 수가 없어서 황동 함선을 만들어서 띄우냐는 말이지. 그리고 구 인류의 17세기 시절 기술 수준에 도달한 종들은 모두 가능했었어. 인류만 빼고.”
“하지만 반중력과 하이퍼드라이브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세련되지 못하고 막 발전하려는 물리학을 뒤틀어 놓았어. 그것 뿐만이 아니라 전기나 원자 같은 것들에 대한 연구도 시작조차 되지 않았지. 더 광범위한 적용이 가능한 것들 이었어. 반면 다른 것들은 그냥 이 곳에서 저 곳으로 물건들을 빨리 옮기는 데만 좋은 기술이었지.
피식 웃으며 창이 말했다. “인간들이 마침내 하이퍼드라이브 기술을 얻고 지구를 뛰쳐나왔을때는 분노한 신들처럼 보였겠네요. 레이더, 라디오, 컴퓨터, 핵분열과 핵융합 – 다음 200년간 정복만 했던 것도 당연했군요.”
“당연한 일이고 말고.” 브킬라가 진지하게 동의했다. “하지만 연합은 그 모든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성장했고, 통치하기에도 너무 커져버렸어. 결속이 영원하지는 않았지. 그 누구도 인류를 건드릴 수 없었지만 인간은 항상 자기들끼리 싸우는 데는 소질이 있단 말야. 그 시절에 누군가가 써놓기를, 인간이 다른 인간과 싸우는 것은 그냥 스포츠에 불과했대. 누가 시키지도 않은 경쟁인데 말야.”
“그렇게, 와해되었군요.” 창이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된 거지. 로키나 다른 몇 행성들. 여기저기서 고철 쪼가리를 모으다 보면 모든 퍼즐조각을 다시 갖게 될 거야. 어쩌면 그 전보다 나은 것이 될 지도…시간이 충분하다면. 어쨌든 사라진 네 척의 함선 때문에 겁이 나.”
창은 그녀가 그런 단어를 쓰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사라진 것인지 모르겠어요. 거기에는 아무도 없는데.”
“우리가 아는 한 없는거지.” 브킬라가 정정했다. “하지만 한 번 지나간 길이라면 누군가가 계속해서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
그녀가 뜻하는 바를 생각하면서, 창은 목덜미의 털이 쭈뼛이 서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낮고 험악한 목소리로 대화를 끝냈다. “무슨 일인지 알아내고, 돌아와.”
“달리 할 만한 조그마한 부탁은 이제 더 없나요?” 창이 임무에 대해 설명하자 폴리의기원호에 실린 컴퓨터가 한 말이다. “이제 유서를 쓰면 될까요? 저는 안 가요. 분명히 말 하는데, 당신 만큼이나 고철덩이가 되는 최후를 맞이할 게 뻔해요.”
“내가 오버라이드 모드로 바꿔 버릴까?” 창이 툭 쏘아붙였다. 더 이상 잡담을 나눌 기분이 아니었다.
“아뇨. 그러지 마요.” 컴퓨터가 불쌍한 척 말했다. “그러고 나면 한 이틀 동안은 굼뜨고 멍청해 지는 것 같아요.”
무례하다는 말이 낫다고 창은 생각했지만, 그냥 지금의 평화로움을 붙들기로 했다. 이륙하는 일은 반중력 이륙이 항상 그렇듯 부드러웠으며, 하이퍼드라이브 진입은 최근에 폴리의 기원함이 항상 그랬듯이 거칠었다. 창이 기수로 비틀거리며 들어가다가 결국은 구토를 하고 말았다. 밖으로 나온 후, 창이 애처롭게 물었다. “좀 부드럽게 진입할 방법은 없는 거야?”
“물론 있죠.” 컴퓨터가 말했다. “일단 부속 좀 몇 개 챙겨주시구요-“ 창이 으르렁댔다. 로키의 작업장이 꽤나 쓸 만한 수준이긴 해도 정밀 대량생산에 필요한 기술들은 재발견될 필요가 있었다. 만약 연합의 낡은 함선 중 하나가 고장 나기라도 하면, 수리 한다고 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폴리의 기원호에 실린 테이프 라이브러리에도 불구하고, 하이퍼드라이브를 통한 항해는 지루했다. 컴퓨터는 창이 절반 정도 이길 만한 수준의 난이도를 정하여 체스를 했다. 창이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함정에서 탈출하기 전 까지는 그랬다. 그래서 그 뒤로는 여섯 번을 내리 이겨 버렸는데, 창이 기물을 옮기자 마자 바로 다음 수를 두는 식으로 굴욕적인 패배를 겪도록 했다. 그러고 나서는 만족하였는지, 필멸자들이 붙어볼 만한 정도의 레벨로 돌아갔다.
때때로 디텍터에 다른 함선이 탐지되곤 했다. 대부분은 폴리의 기원호를 전혀 탐지해내지 못했다. 연합 시절의 기기는 인류가 아닌 종족들의 기기나 연합 와해 이후 생산된 것들의 성능을 능가했다. 하지만 딱 한 번, 두 척의 함선이 폴리의 기원호를 쫓아 온 적이 있었다. “빌어먹을 해적 놈들.” 창이 으르렁대며 그들을 따돌렸다. 그는 미리 계획해 두었던 탈출 지점에 슬며시 도착하였다. 다른 자들이 로키로 돌아가는 길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이퍼드라이브에서 빠져나올 때의 삐걱거림은 진입 할 때보다는 나았다. 조용했다.
“이제 뭘 어쩔까요?” 컴퓨터가 말했다.
스크린에 나타난 별들의 배치는 완전히 낯설었다. 심지어 오리온 성운 마저도 창이 알고 있었던 모습이 아니었는데, 인류가 머무르던 쪽이 아니라 반대쪽에서 보이는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으쓱였다.
“가장 가까운 주계열성 G나 K로 가자고.” 그리고 함선이 하이퍼드라이브에 진입하자 구토를 했다.
처음 나타난 주황색 태양은 거주 가능 행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척박한 구역이라는 생각이 창에게 떠올랐다. 디텍터가 외계인의 비행중대를 탐지해 냈을 때는 창이 네 번째 태양계로 향하던 중이었다. 흥분과 경각심이 창의 내면에 흘렀다. 스크린에 번쩍이는 광휘로 보건대, 상당한 크기의 함선이었다. 속도 또한 빨랐는데, 어지간한 비인류 종족의 함선보다 훨씬 빨랐다. 그는 항로를 고정하고 알아채길 기다렸다.
창은 재빨리 행동했다. 낯선 자들은 꽤 민감한 디텍터를 가지고 있었다. 세 대의 함선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그에게 향했다. 창은 회피 동작을 행하지는 않았다. 접촉을 기대하고 있었다. “한심하구만.” 딱히 누군가를 집어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선두의 함선이 발생시킨 드라이브 필드가 창의 함선의 그것에 접촉했다. 두 함선 모두 정상 우주로 튕겨 나갔다. 헛구역질을 하면서 창은 외계인들도 메스꺼움에 취약한지가 궁금해졌다.
두 함선은 발산 방향으로 수 천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채 출현하였다. 그 정도면 대부분의 외계인들이 창의 함선을 찾기 힘들 정도였지만, 낯선 함대는 재빨리 항로를 수정하여 그의 뒤를 쫓아왔다.
“레이더를 작동시킬게요.” 컴퓨터가 보고했다.
“멋지구리 하네.” 창이 침울하게 말했다. 항상 그렇듯이, 브킬라가 옳았다. 다른 두 함선은 엔진을 디텍터 스크린에 물려놓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의 동료와 폴리의 기원호가 정상 우주로 진입하자 마자 그들 또한 바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창의 레이더가 곧 그들을 탐지해냈다. 그들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라디오 통신이 와요.” 컴퓨터가 말했다. 스피커로부터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으르렁 대는 소리와 휘파람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자고.” 창은 그의 이름과 함선명을 기록해 두었다.
“쟤네들 주파수에 맞춰서 찍 뿌려줘.”
완전한 침묵의 시간이 몇 초간 흘렀고, 이 전보다 굉장히 들떠보이는 외계인들의 소리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창은 비인간 종족들이 영어나 저급 중국어를 다른 파일럿 들로부터 배운건지 궁금했다. 그렇다면, 그냥 놔두면 안 되었다. 뜻 모를 중얼거림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알람이 울렸고, 컴퓨터가 소리쳤다. “미사일이 접근합니다!” 잠시 뒤 컴퓨터가 알려왔다.
“역중력을 걸고, 최대한 빠른 속력으로 와요, 그렇지만 함선으로부터 발사 궤적이 넉넉히 빗나가도록 쐈네요.”
“딱 한 발만?” 창이 날카롭게 되물었다.
“아직 까지는요.” 폴리의 기원함에 실린 이 컴퓨터는 확실히 비관주의적이다.
“어쩌면 교차 사격을 우리의-“ 새로운 별이 전면 스크린에 번쩍였다. 초신성 폭발이 백색에서 노랑색으로, 주황색으로, 적색으로 바뀌며 천천히 타올랐다.
“분열 폭발이에요.” 컴퓨터가 말했다. “30 킬로톤 범위군.” 창은 머리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전자기기 뿐만이 아니었다. 저 외계인들은 핵물리학도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제 무엇이 더 나빠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게 떴네요.” 컴퓨터가 말했다. 다른 화면이 켜졌고, 확대되어서 거친 이미지였다. 창은 표시된 함선이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했으나, 어떤 종류 든 군함을 본다면 알아차릴 수는 있었다. 함선들은 여러 대의 함포와 두 대의 포탑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근접전용 신속 발사 무기라고 창은 추측했다.
그는 가능한 선택지를 저울질했다. 정면대결을 해서 이긴다고 해도 브킬라가 만족할 만한 정보를 얻어내기는 어려웠다. 침착하게 멈추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그를 괴롭혔다.
“저들도 나만큼 이나 겁먹었겠지.” 그는 결심했다. “선두의 함선에 쟤네가 그랬던 것처럼 조그만 것 하나를 쏴 버려. 하지만 속도를 늦춰서 피할 수 있도록 해.” 창은 모든 패를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핵분열의 포화가 한 번 더 꽃피었고, 이견의 여지가 없이 찬란한 빛을 발했다. 외계인들의 소음은 이제 고함 수준으로 커졌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정적이 찾아왔다. 저 외계인들은 창이 어떤 식으로 든 그들의 언어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음이 틀림없었다. 고양이와 쥐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쪽이든 어느 역할이든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세 대의 외계 함선이 서로 가까이 다가갔지만, 한 번의 발포로 한 대 이상을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접근하지는 않았다. 작은 함정들이 앞 뒤로 왔다 갔다 했다. 저들이 작전회의를 하고 있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창은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 그는 잠에 들었다. 대대적인 공격에 맞이하면, 컴퓨터가 어떻게든 폴리의 기원함을 방어해낼 것이었다. 두어 시간 후 컴퓨터가 외계 함선 중 한 대가 하이퍼드라이브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보고하며 그를 깨웠다.
“어느 한 대?” 그가 물었다.
잠시동안 세 척의 함선 중 가장 작은 함선이 스크린에 표시되었다. 남은 함선에서 작은 함정이 폴리의 기원함으로 다가왔다. 모함과는 달리 이 함정은 빛으로 번쩍였다. 휴전 표시 같은건가? 하지만 창은 함부로 신뢰할 수는 없었다.
“2000킬로미터 이내로 접근하면 경고 사격을 하도록 해.” 창이 말했다. “이번에는 핵탄두 말고, 화약 탄두로 하자고.”
하지만 함정은 경고 사격 거리의 두 배 가까운 거리에서 멈춰섰다. 함정은 다시 모함으로 후퇴했고, 레이더 신호등과 투광조명으로 번쩍이는 작은 금속 용기를 남겨두었다.
“얌전히 놀자는 거로군. 그치?” 창이 말했다.”
“부비트랩이 설치되었을 수도 있어요.”
“그럴지도.” 그도 동의했다. “그럼 한 번 알아 봐야지? 탐사기를 보내봐.” 작은 로봇이 금속 용기로 속도를 내었다. 창은 외계인들이 저것으로 뭘 하려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들이 가진 기술력의 일부를 알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는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길 바랬다.
금속 용기의 조명은 눈부시게 밝았지만 플라즈마는 아니었다. 전원부의 배터리 팩이 지구인들의 그것보다 컸다. 용기 자체는 마치 쓰레기통처럼 생겼다. 호일 커버가 상면부를 덮고 있었다. 진공 속에서 종이 테이프는 벌써 물러지고 있었다.
창의 시선 방향으로 탐사기가 호일을 벗겨냈다. 별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금속 용기 내부를 비춘 카메라에는 단지 두 개의 두꺼운 양피지 같은 종이 뭉치가 있었다. 하나는 깨끗했고, 다른 하나는 가장자리가 해졌는데, 마치 책에서 찢어낸 듯한 모양이었다. 책의 지면에는 알 수 없는 문장들이 쓰여 있었는데, 흑백의 글자들이 대부분의 지면을 덮고 있었다. 불규칙한 패턴의 선과 여백들이었다. 창은 컬러로 보는데 익숙해져 있었지만, 단번에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스펙트로그램이야!” 그는 고양되었다. “저 들의 함선이 향하던 태양의 스펙트럼과 대조해봐.”
수 초 후, 컴퓨터가 말했다. “일치하네요.” 창은 다소 아리송하다는 듯한 전자 음성을 들으며 우쭐해 했다. 속으로 웃음을 감췄다. 컴퓨터가 창 자신보다 똑똑할 지는 모르지만, 직관적인 면에서는 뒤떨어졌다.
다른 문서는 외계인들이 다른 종족과 접촉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일련의 솜씨좋은 그림이 창에게 그려졌다. 두 외계 함선 사이로 하이퍼드라이브에 진입하고 그들이 뒤쫓도록 해야했다. 그들은 또한 창의 함선이 정상 우주로 되돌아왔을 때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저들의 함선이 폴리의 기원호에 생성된 드라이브 필드를 직접 간섭하게 해서 정상 우주에 돌아가도록 놔두어야 했다.
“상당히 신중한 태도야.” 창이 말했다. “내가 나타났을 때 저들도 모든 함선을 긴급 발진 시켜야만 했겠지. 나라도 그랬을거야.”
폴리의 기원함 치고는 하이퍼드라이브 진입이 부드러웠다. 창을 에스코트 하는 함선은 드라이브 필드가 운용될 만한 거리만 남겨두고 딱 붙어있었다. 창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들의 함선은 창의 함선이 속도를 올려도 바로 따라잡았다. 몇몇 기술은 지구인들 보다 뒤쳐진 듯 했으나, 하이퍼드라이브 시스템 만은 최고였다. 이제 곧 정상 우주로 진입할 것이 예상되었다. 창은 이를 악물고 몇 cc의 기억 RNA를 스스로에게 주사했다. 이제 열흘에서 2주 정도의 기억은 완전히 보존될 것이다. 그러고 미친 두통도 따라오겠지.
지구인들과 비슷했다. 외계인들은 황도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진입하는 것을 선호했는데, 우주 쓰레기와 충돌하는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것이었다. 창은 무기력하게 외계인 함선 간의 라디오 통신을 듣고 있었고, 그가 예상한 대로 그들은 그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닐곱 척이 창의 주위로 구형 편대를 이루었다. 또 다른 교신용 용기가 말하기를, 이 태양계의 두 번째 행성에 다가가는 동안 창의 함선은 이 구형 편대 안에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영광스러운 자리가 아니었다면, 차라리 물러났을텐데.” 그가 툴툴댔다. 프로스트의 시를 읽으며 그는 다른 고대 작가들에게도 흥미가 갔다.
폴리의 기원호로부터 단 1, 2 킬로미터 앞에 있던 선두의 함선이 폴리의 기원호가 라이트를 번쩍이기 시작 할 때까지 속도를 늦추었다. 몇 분 후, 창도 이해했다. “폴리,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죠.” 컴퓨터가 말했다. 말 실수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외계 함선의 뒤를 쫓았다. 발전된 문명의 우주항이라는 것은 언제나 절망적일 정도로 똑같았다. 광활한 콘크리트 덩어리에 재미를 붙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폴리의 기원 호가 뭉게구름 아래로 하강하자, 방벽 시설은 창의 눈길을 끌었다. 엄청나게 강화된 시설이었다. 폴리의 기원호가 비행장의 중심부에 접근하자 대기권 내 비행체들이 시끄럽게 주위를 날아다녔다. 창이 총포로 무장한 기갑차량을 보자 브킬라의 오래된 테이프에서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
콘크리트 시설을 가로질러가는 보병들의 모습도 보였다. 창은 화면을 확대했다. 외계인들은 상당히 인간형 이었고, 지구인들 보다는 더 크고 말랐으며, 무릎이 반대 방향으로 꺾여있었다. 그들은 얄팍한 여우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으며 턱은 길었고 뭉툭한 육식동물의 이빨이 있었다. 붉은 기를 띤 두터운 황색 털이 몸의 대부분을 덮고 있었다. 신발, 벨트, 불룩한 주머니와 헬멧을 제외하면 입고 있는 옷은 없었다.
그들이 들고 있던 개인화기가 창에게는 역사적 순간의 시작이었다. 그들의 총에 달린 무늬가 새겨진 탄창은 여전히 인간세상에서 널리 쓰이는 칼라시니코프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주변을 재빨리 둘러보니, 그냥 우연에 불과했다. 다른 물건들의 디자인은 전혀 비슷한 점이 없었다.
그는 대기 분석 결과를 확인했다. 괜찮은 편이었지만, 저 시끄럽고 연기를 내뿜는 강철 괴물들로부터 나온 질소와 황 산화물이 섞여있었다. 질병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외계 균종들이 인간을 맛있는 먹이로 삼는 경우는 드물었고, 광대역 면역 주사가 그를 한 층 더 안전하게 해주었다.
컴퓨터에 몇 가지 지시를 내린 후, 보조 화기를 끌러메고 에어락의 사이클을 통과했다. 이 권총으로 저 밖에 있는 화력을 상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지만, 조직된 군대가 없는 종족은 대표에 실패하기 마련이었다.
에어록의 문이 열리고 위험한 순간이 다가왔다. 외계인들중 하나가 당황하거나 방아쇠를 당기는 일에 미쳐있다면 브킬라는 이제 다음 파일럿에게 사라진 함선이 다섯 대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창이 모습을 드러내자 몇 외계인들이 고함을 쳤다.
“파일럿님, 저들이 나타났어요.” 창의 귀에 이식된 리시버로 컴퓨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헬멧에 있는 줄무늬를 좀 봐.” 그들 중 하나가 군용 총기를 철커덕 거리는 모습을 보자 창은 자신없긴 하지만 외계인들의 첫 문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격 중지!”
얼마 동안, 창은 그의 몸무게가 왔다갔다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사실은 그 반대라는 것을 알아챘다. 바다 사람이 육지에 발을 내딛은 것처럼, 창은 폴리의 기원호가 만들어낸 불안정한 중력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처럼 안정적인 중력을 오히려 이상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었다. 함선의 기계적으로 정갈한 공기를 뒤로 하자, 알 수 없는 매콤한 향내가 와인의 향기처럼 창에게 퍼져왔다. 공기에 섞인 디젤의 냄새가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그가 기침을 하도록 하는데 충분했다. 군부대가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밀어내는 움직임을 취하면서 그는 폴리의 기원호로부터 10미터 반경 정도 거리로 걸어갔다. 분대가 그의 경계선 안쪽으로 거만하게 들어오자, 폴리의 기원호가 창의 귀에 귀가 찢어지는 듯한 경고음을 보냈다. 기관총이 외계인들을 향해 회전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창은 웃음을 지었다. 외계인들이 함선 안에 누군가가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 저들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 터였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누군가가 있긴 한 것이다.
비 인간 종족 중 한 명이 작은 그룹으로부터 벗어나 앞으로 나왔다. 보란듯이 창이 설정한 경계선 까지 다가와서 멈추었다. 창은 그 외계인의 머스키한 체취를 맡을 수 있었다. 창이 무슨 냄새가 나는지는 누가 말 할 수 있으려나?
그 외계인 - 장교 정도 되어 보였고, 헬멧에 다섯 개의 줄무늬가 있었다 – 은 자신을 가리키며 말하길,
“잔(Zan).” 그러더니 그의 뒤에 있던 군인을 가리키며, “잔.” 또 다른 이를 가리키며, “잔.”
한 다스나 그 이상 되는 무리를 가리켜 손짓했다. “자낫.”
언어 강습이 시작되었다. 창은 저 자낫 장교가 훈련된 대 외계인 접촉 전문가라고 생각했다. 그 외계 장교는 마치 전에도 이런 일을 여러 번 해본 것이라는 암시를 주며 차분하고 능숙하게 일을 헤쳐나갔다. 숙련된 솜씨로 그는 창에게 단어와 문법 구조를 알려주었다. 문법 구조는 창이 신음을 내도록 했는데, 자낫의 언어는 굉장히 종합적이기 때문이었다. 창은 저급 중국어나 영어와 같이 단순한 언어 구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어를 기반으로 한 언어를 말할 정도의 세계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는 한 번 익히면, 잊는 법이 없었다. 접선 장교의 이름은 리오쉬(Liosh)였다. 적어도 창이 이해한 바로는 그랬다. 창의 이름은 그들에게 “라즈무쨩(Razmuzjang)” 정도로 들리는 듯 했다. 리오쉬는 벨트를 풀고 신발을 벗고 헬멧을 타맥 위에 올려놓았다. 완전히 나체가 되고 나서 그는 스스로를 가리켰다가 폴리의 기원호에 달린 진입 사다리를 가리켰다. 그들의 움직이는 귀는 인간의 눈썹과 같은 표현 수단이 되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기 가자?”
“안돼.” 창은 공손하게 거절했다.
리오쉬는 매우 인간스러운 모습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수 백미터 떨어진 블록형 건물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가자, 그럼?”
창은 위험을 무릅쓰기로 했다. 군장에는 엿새나 이레 정도 버틸 수 있는 식량과 비타민과 섭취 가능한 단백질과 지질을 분석하는데 필요한 약품들도 챙겨두었다. 자낫들이 그를 죽이려고 한다면, 독살이 가장 쉬운 방법일 터였다. 창은 핸드셋에 대고 그가 무엇을 할 작정인지 폴리의 기원호에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데이터를 가지고 돌아가. 가능 하다면. 우선 명령이야. 아 그리고 다른 우선 명령이 있어. 나포 되면 자폭을 실행해.”
“확인했습니다.” 창이 명령하자 창의 귀에 있는 리시버와 핸드셋 모두를 통해 컴퓨터가 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