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big-Haro 가번역
일단 영어에서 한글로 직역해 놓긴 했지만 번역체 투성이에 비문도 많음...
원문을 계속 읽다 보니까 타이핑해서 옮긴게 아니라 스캐너를 대고 그냥 긁은거 같음...
예를 들면 주인공 이름인 Chang이 Clnang이라거나 뭐 그런 식으로 오타가 난게 많아서
가끔은 전혀 생뚱맞은 문장을 보고서는 원래 단어가 뭐였을까 씨름을............
안 그래도 영알못인데 느므느므 힘듦...........이해 안 되는건 대충 얼버무린것도 많고
작가가 아마도 일부러 뜻을 강조하려고 선택한 단어들도 많은데 한국말로 어떻게 옮겨야 괜찮을지......
까지는 너무 힘들어서 그냥 직역으로 일단 패스...........도저히 무슨 뜻인지 모를 것도 일단 그냥 대충 직역.....
언제 다듬을지는 모르겠다 귀차나.............
19. 4. 14. they're still gaining 부분 오역 수정.
Herbig-Haro Eric. G. Iverson (Harry Turtledove)
다른 우주선들과 마찬가지로 로키(Loki) 도 우주를 떠다녔다. 에라스무스 창(Erasmus Chang)의 정찰선인 폴리의 찬양(Praise of Folly)호는 너무 낡았다. 하이퍼드라이브를 들락날락 할 때마다 내장을 쥐어짜는 듯이 삐걱거렸고, 공기 재생기는 천식환자의 숨처럼 쌕쌕거렸으며 가중력(pseudogravity) 발생은 5%씩 왔다 갔다 했다. 창의 몸무게가 덕분에 20분마다 7킬로씩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었다. 컴퓨터 또한 낡았다. 어떤 면에서는, 사실 장점이었다. 내장된 내비게이터 데이터는 인류 연합 시절에 프로그램 된 것이었고, 60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가장 넓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메모리가 이따금씩 덤프되곤 했다. 컴퓨터는 스스로의 개성을 만들어갈 것이다 – 전력이 준비되었다. 창은 이 컴퓨터를 깊이 신뢰하지는 않았다. 그 자신 만큼이나 냉소적이고 의뭉스러운 놈이었으니까.
“음, 영웅님, 저들이 계속 따라오고 있네요.” 라고, 창이 보기에는 어딘가 뒤틀린 즐거움을 느끼는 듯한 말을 컴퓨터가 했다.
“나도 알고 있거든, 고맙다.” 고 창이 으르렁대며 말했다. 그는 객실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 마르고 단정한 외모를 가졌고, 보통보다 약간 작은 키에 넓고 높이 솟은 광대뼈를 얇은 검은색 수염이 에워싸는 듯한 얼굴 모양새였다. 이리저리 걸어 다니면서도 그의 눈은 하이퍼드라이브 감지기에 머물렀다. 봐야할 것은 거의 없었다. 하이퍼드라이브가 작동 중이면 정상우주의 기구들은 작동하지 않았다. 감지기에 나타난 네 개의 반짝이는 점들은 자낫(Zanat)의 군함들이었다. 그 중 하나에는 덤벼들어 볼 만 했다. 넷을 동시에 상대하는 일은 자살행위였고, 창은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로키와 모든 인류는 자낫에 대해 알 필요가 있었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창이 소식을 전하기 전에 따라잡게 될 것이다 - 창이 오리온 성운을 미처 떠나기도 전에 말이다.
그는 샌드위치를 움켜잡고 먹었다. 그가 FTL 디스플레이를 다시 본 순간 네 척의 함선들은 어느새 좀 더 가까워졌다.
“다른 바(bar)를 고를걸 그랬어” 창이 말했다.
“당신만 그런 말은 한 것은 아니에요.” 컴퓨터가 말했다.
런던 펍에 초짜 소위가 들어오자 마자 창은 그의 휴가가 망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어린 놈은 제복을 입고 있었고, 임무 중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창은 이 싸구려 술집 안에 있는 유일한 현직 군인이었다. 재수도 참 좋지. 창은 씁쓸해 하며 생각했다. 임무를 성공해도 축하할 일은 없겠군.
책 몇 권과 카세트와 시엔푸에고스의 성당에서 훔친 플로피디스크 몇 장이면 축하할 만 한 일이다. 낡은 플로피디스크는 특히 금 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시엔푸에고스 사람들 조차 알고 있었다. 그들은 신상(神像) 옆의 제단에 디스크를 올려놓기까지 했으니까. 정찰선의 파일럿은 소위가 중앙구난청(Salvage Service Central)에 데리고 가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씩씩댔다. 브킬라(B’kila)는 이 상황이 재밌다고 느꼈다. “그가 당신을 어디서 찾아냈어? 런던 펍? 아니면 나디아(Nadia’s)?”
“런던 펍이요.” 창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습관을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은 놀랍지 않았다. 사실 그렇지 않았다면 더 놀랄 일이었다.
브킬라는 그를 한 번 훑어보고는, 눈썹을 찌푸렸다. “수염도 뭐 별로 없구만.” 정찰선의 파일럿은 손으로 턱을 가렸다. 시엔푸에고스에 있을 때부터 구레나룻을 길렀다. 덜 의심스럽게 보이려고 기르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나중에는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그의 이름과는 다르게 그가 가진 코카시안의 유전자 덕택에 수염을 충분히 기를 수 있었다. “아줌씨 당신이 내 머리털들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날이 내가 전역하는 날이 될거요.”
브킬라가 박장대소를 하였고 이는 좋지 않은 징조였다. 그녀를 즐겁게 하는 일들은 대개 다른 사람들의 곤란함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통통한 흑인 여성이었고, 회색 직모를 가졌으며 중앙구난청의 이른바 우두머리였다. 로키의 어떤 놈들은 구난청을 스캐빈저 무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모두들 해적이나 도둑이나 간첩 같은 이름을 달고 시작했으며 그렇게 사라져갔다.
쓸데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보낸 후 브킬라는 창에게 한쪽 벽을 몽땅 차지하고 있는 홀로 탱크(holo tank) 옆의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는 브킬라의 사무실에 올 때마다 항상 같은 느낌을 받았다 – 거미줄의 한 가운데에 있는 거미가 움직이는 것을 관찰하는 느낌이었다. 같은 편이라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그래서 뭐가 문제요?” 창이 불퉁하게 물었다. 확실히 시급한 이유가 아니라면 그녀가 굳이 창을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첩보원들이 자신을 뽐낼 기회일 테니.
그녀는 책상의 버튼을 눌렀다. 홀로 탱크가 켜졌고, 인류가 발을 내딛었던 은하의 작은 부분들을 표시하였다. 얼마나 오래됐던, 어떤 경로로 생성된 정보이든 상관없이 인간이 정착한, 항성에 딸린 행성들은 파란 색으로 표시되었다. 붉은색은 인간이 아닌 종들이 하이퍼드라이브를 사용한 항성계의 항성을 표시한 것이었고 노란색은 아직 행성을 떠나지 못하는 종들을 표시한 것이었다. 남은 대부분의 별들은 생략되었다. 여기저기 퍼져 있는 흰색 점들은 수 광년 밖에서 항해 할 때 참조하기 좋은 절대광도를 가진 별들이었다. 그녀는 판자를 들어내고 다른 조종판을 건드렸다.
반짝이는 푸른 점들 중 하나가 유난히 더 밝게 빛났다. “시엔푸에고스 말야,” 그녀가 사족을 붙였다. “네 보고서를 봤어. 괜찮았어.”
“고맙군요.” 라 말하고 창이 기다렸다. 그녀의 칭찬은 또 다른 위험신호였다. 그녀가 살살 달래는 경우에는 대개 위험한 일이 따라왔다. 물론 그녀가 위험한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창에게 위험한 것이지.
그의 의심은 오리온 성운 근처에 네 개의 밝은 오렌지색 점이 나타나자 확실해졌다. 이윽고 위치를 확실히 하기 위해 점들은 어두워졌다.
“내가 판단하기로는, 지난 2년간 사라진 함선들을 표시한 것이 이 점들이야.”
“그건 불가능해요.” 창이 내뱉었다. “그 쪽에는 인간이 살고있지 않아요.” 로키 자체는 네뷸라에서 200광년 떨어진 인류의 영역(Terraward)이었고, 가스 구름과 로키 사이에는 푸른 점들이 없었다.
“불가능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쓰기에는 적절치 못한 단어야.” 브킬라가 학생에게 좀 더 분발하라고 가르치듯 말했다.
“하지만-,” 창의 저항은 입 속에서만 머물렀다. 브킬라도 창 만큼이나 명확히 알고 있었다. 하이퍼드라이브에서 항해하는 함선들은 당연히 사각(死角)이 있다. 정상 우주로 돌아오면서 강체와 충돌할 가능성이 항상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굉장히 긴 구역이었다. 외계인들이 함선 한 척 정도는 잡아낼 함정을 설치했을 수도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네 곳 이라니, 기술의 최정점인 인간조차도 - 특히 로키와 같이 멸망한 구 인류연합의 기술들을 거의 대부분 보존한 행성 수준으로도 힘든 일이었다. 그 외에 남은 것은…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브킬라가 맥락과 떨어진 말을 했다.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이라고, 중세 영시인 프로스트의 시인데, 들어본적 있어?”
“아뇨. 한 번 도요.”
“기회가 되면 현대어로 번역한 것 좀 읽어봐. 그 프로스트라는 사람은 100년 후를 내다본 것 같단 말이지.”
홀로 탱크에 나타났던 은하 지도가 사라졌다. 흠집 투성이인 밋밋한 화면이 그 자리를 대신해서 나타났다. 북적이는 도시의 모습이었는데,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떼거지로 있었고, 시민들과 군인들이 있었으며, 창이 알지 못하는 함선에서 수 마일 정도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떨어져있는 모습이었다. 저 함선은 정말 조악하다고, 창은 생각했다.
“여기는 도쿄야. 첫 록솔라니(Roxolani) 함선이 지구에 도착한 곳이지. 카이로, 뉴욕, 모스크바, 상하이 등등 20여곳이 넘는 곳에도 그랬지. A.D. 2039년 이었어.” 브킬라가 상냥하게 말했다.
그런 고대사의 날짜 따위는 창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녀가 덧붙였다. “연합 창설 전 45년이야.”
그가 휘파람 소리를 내었다. 비디오가 열화된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거의 200년 넘은 물건이다. 얼마나 많이 복사되었을 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화면 상에서, 함선의 경사로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인간들이 얼마나 불안했을 지 알 수 있을 거야.” 브킬라가 건조하게 말했다. “그들은 록솔라니가 하이퍼드라이브에서 빠져나와 태양계에 진입했을 때부터 교신을 시도했어.” 창이 끄덕였다. 당연하게도 대답은 받지 못했었지.
록솔라니들이 밖으로 나왔다. 높은 헬멧과 강철 코르슬렛을 입은 튼실하고 털 투성이인 인간형 개체들이었다. 베테랑 분대다운 절도를 가지고 전열을 형성했다. 팔에 붉은 리본을 달고 장식 깃털을 매단 장교가 명령을 외쳤고, 곧 거총 하더니 인간들에게 발사하였다.
창은 고대인들의 비명을 듣게 되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비디오를 찍던 사람은 살기 위해 웅크렸고, 그 때문에 화면은 왜곡되고 흔들렸다. 그러나 이 정찰선의 파일럿은 하늘로 퍼져가는 흑색화약의 연기를 볼 수 있었다.
함선을 둘러싸고 있던 인간의 군인들이 즉시 개인화기와 로켓과 유탄발사기와 어찌어찌 가까이 위치하던 장갑차의 무반동총으로 공격을 개시했다.
화면이 다시 돌아왔을 때, 그 함선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고, 두 개체를 제외한 나머지 외계인들은 모두 쓰러져 있었다. 살아남은 그 둘은 쓰러진 전우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둘 다 머스킷총을 재장전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이 아닌 종들의 바디랭귀지는 항상 알아먹기 힘들었지만, 창은 그들이 무척이나 공포에 빠졌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가지 않은 길,” 브킬라가 중얼거렸다. “그 전까지 사람들은, FTL 항해는 영원히 불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몇 개의 단순한 장치만으로 반중력이나 하이퍼드라이브 진입이 가능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굉장한 충격이었지. 심지어 3, 4, 5세기 전에도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았을때는 더 했지.”
“그걸 왜 몰랐을까요?” 창이 물었다.
“나도 모르지. 알고 나니까 굉장히 명백한 일이었지만 말야. 철광석을 제련할 줄 몰라 황동제 함선을 만들어서 띄운 저들은 도대체 어떤 종족일까? 그리고 우리가 아는 한, 구 인류로 치면 17세기 시절 기술 수준에 도달한 모든 종족들은 그들이 필요한 기술을 얻어냈지. 인류만 빼고.”
“하지만 반중력과 하이퍼드라이브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세련되지 못하고 막 발전하려는 물리학을 뒤틀어 놓았어. 그것 뿐만이 아니라 전기나 원자 같은 것들에 대한 연구도 시작조차 되지 않았지. 더 광범위한 적용이 가능한 것들 이었어. 반면 반중력 기술은 그냥 이 곳에서 저 곳으로 물건들을 빨리 옮기는 데만 좋은 기술이었지."
피식 웃으며 창이 말했다. “인간들이 마침내 하이퍼드라이브 기술을 얻고 지구를 뛰쳐나왔을때는 분노한 신들처럼 보였겠네요. 레이더, 라디오, 컴퓨터, 핵분열과 핵융합 – 다음 200년간 정복만 했던 것도 당연했군요.”
“당연한 일이고 말고.” 브킬라가 진지하게 동의했다. “하지만 연합은 그 모든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성장했고, 통치하기에도 너무 커져버렸어. 결속이 영원하지는 않았어. 그 누구도 인류를 건드릴 수 없었지만 인간은 항상 자기들끼리 싸우는 데는 소질이 있단 말야. 그 시절에 누군가가 써놓기를, 인간이 다른 인간과 싸우는 것은 그냥 스포츠에 불과하다고 했을 정도니까. 누가 시키지도 않은 경쟁을.”
“그렇게, 와해되었군요.” 창이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된 거지. 로키나 다른 몇 행성들. 여기저기서 고철 쪼가리를 모으다 보면 모든 퍼즐조각을 다시 갖게 될 거야. 어쩌면 그 전보다 나은 것이 될 지도…시간이 충분하다면. 어쨌든 사라진 네 척의 함선 때문에 겁이 나.”
창은 그녀가 그런 단어를 쓰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사라진 것인지 모르겠어요. 거기에는 아무도 없는데.”
“우리가 아는 한 없는거지.” 브킬라가 정정했다. “하지만 한 번 지나간 길이라면 누군가가 계속해서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
그녀가 뜻하는 바를 생각하면서, 창은 목덜미의 털이 쭈뼛이 서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낮고 험악한 목소리로 대화를 끝냈다. “무슨 일인지 알아내고, 돌아와.”
“달리 할 만한 조그마한 부탁은 이제 더 없나요?” 창이 임무에 대해 설명하자 폴리의 찬양호에 실린 컴퓨터가 한 말이다. “이제 유서를 쓰면 될까요? 저는 안 가요. 분명히 말 하는데, 당신 만큼이나 고철덩이가 되는 최후를 맞이할 게 뻔해요.”
“내가 오버라이드 모드로 바꿔 버릴까?” 창이 툭 쏘아붙였다. 더 이상 잡담을 나눌 기분이 아니었다.
“아뇨. 그러지 마요.” 컴퓨터가 불쌍한 척 말했다. “그러고 나면 한 이틀 동안은 굼뜨고 멍청해 지는 것 같아요.”
무례하다는 말이 낫다고 창은 생각했지만, 그냥 지금의 평화로움을 붙들기로 했다. 이륙하는 일은 반중력 이륙이 항상 그렇듯 부드러웠으며, 하이퍼드라이브 진입은 최근에 폴리의 찬양함이 항상 그랬듯이 거칠었다. 창이 기수로 비틀거리며 들어가다가 결국은 구토를 하고 말았다. 밖으로 나온 후, 창이 애처롭게 물었다. “좀 부드럽게 진입할 방법은 없는 거야?”
“물론 있죠.” 컴퓨터가 말했다. “일단 부속 좀 몇 개 챙겨주시구요-“ 창이 으르렁댔다. 로키의 작업장이 꽤나 쓸 만한 수준이긴 해도 정밀 대량생산에 필요한 기술들은 재발견될 필요가 있었다. 만약 연합의 낡은 함선 중 하나가 고장 나기라도 하면, 수리 한다고 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폴리의 찬양호에 실린 테이프 라이브러리에도 불구하고, 하이퍼드라이브를 통한 항해는 지루했다. 컴퓨터는 창이 절반 정도 이길 만한 수준의 난이도를 정하여 체스를 했다. 창이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함정에서 탈출하기 전 까지는 그랬다. 그래서 그 뒤로는 여섯 번을 내리 이겨 버렸는데, 창이 기물을 옮기자 마자 바로 다음 수를 두는 식으로 굴욕적인 패배를 겪도록 했다. 그러고 나서는 만족하였는지, 필멸자들이 붙어볼 만한 정도의 레벨로 돌아갔다.
때때로 감지기에 다른 함선이 탐지되곤 했다. 대부분은 폴리의 찬양호를 전혀 탐지해내지 못했다. 연합 시절의 기기는 인류가 아닌 종족들의 기기나 연합 와해 이후 생산된 것들의 성능을 능가했다. 하지만 딱 한 번, 두 척의 함선이 폴리의 찬양호를 쫓아 온 적이 있었다. “빌어먹을 해적 놈들.” 창이 으르렁대며 그들을 따돌렸다. 그는 미리 계획해 두었던 탈출 지점에 슬며시 도착하였다. 다른 자들이 로키로 돌아가는 길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이퍼드라이브에서 빠져나올 때의 삐걱거림은 진입 할 때보다는 나았다. 조용했다.
“이제 뭘 어쩔까요?” 컴퓨터가 말했다.
스크린에 나타난 별들의 배치는 완전히 낯설었다. 심지어 오리온 성운 마저도 창이 알고 있었던 모습이 아니었는데, 인류가 머무르던 쪽이 아니라 반대쪽에서 보이는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으쓱였다.
“가장 가까운 주계열성 G나 K로 가자고.” 그리고 함선이 하이퍼드라이브에 진입하자 구토를 했다.
처음 나타난 주황색 태양은 거주 가능 행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척박한 구역이라는 생각이 창에게 떠올랐다. 감지기가 외계인의 비행중대를 탐지해 냈을 때는 창이 네 번째 태양계로 향하던 중이었다. 흥분과 경각심이 창의 내면에 흘렀다. 스크린에 번쩍이는 광휘로 보건대, 상당한 크기의 함선이었다. 속도 또한 빨랐는데, 어지간한 비인류 종족의 함선보다 훨씬 빨랐다. 그는 항로를 고정하고 알아채길 기다렸다.
창은 재빨리 행동했다. 낯선 자들은 꽤 민감한 감지기를 가지고 있었다. 세 대의 함선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그에게 향했다. 창은 회피 동작을 행하지는 않았다. 접촉을 기대하고 있었다. “한심하구만.” 딱히 누군가를 집어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선두의 함선이 발생시킨 드라이브 필드가 창의 함선의 그것에 접촉했다. 두 함선 모두 정상 우주로 튕겨 나갔다. 헛구역질을 하면서 창은 외계인들도 메스꺼움에 취약한지가 궁금해졌다.
두 함선은 발산 방향으로 수 천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채 출현하였다. 그 정도면 대부분의 외계인들이 창의 함선을 찾기 힘들 정도였지만, 낯선 함대는 재빨리 항로를 수정하여 그의 뒤를 쫓아왔다.
“레이더를 작동시킬게요.” 컴퓨터가 보고했다.
“멋지구리 하네.” 창이 침울하게 말했다. 항상 그렇듯이, 브킬라가 옳았다. 다른 두 함선은 엔진을 감지기 스크린에 물려놓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의 동료와 폴리의 찬양호가 정상 우주로 진입하자 마자 그들 또한 바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창의 레이더가 곧 그들을 탐지해냈다. 그들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라디오 통신이 와요.” 컴퓨터가 말했다. 스피커로부터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으르렁 대는 소리와 휘파람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자고.” 창은 그의 이름과 함선명을 기록해 두었다.
“쟤네들 주파수에 맞춰서 찍 뿌려줘.”
완전한 침묵의 시간이 몇 초간 흘렀고, 이 전보다 굉장히 들떠보이는 외계인들의 소리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창은 비인간 종족들이 영어나 저급 중국어를 다른 파일럿 들로부터 배운건지 궁금했다. 그렇다면, 그냥 놔두면 안 되었다. 뜻 모를 중얼거림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알람이 울렸고, 컴퓨터가 소리쳤다. “미사일이 접근합니다!” 잠시 뒤 컴퓨터가 알려왔다.
“역중력을 걸고, 최대한 빠른 속력으로 와요, 그렇지만 함선으로부터 발사 궤적이 넉넉히 빗나가도록 쐈네요.”
“딱 한 발만?” 창이 날카롭게 되물었다.
“아직 까지는요.” 폴리의 찬양함에 실린 이 컴퓨터는 확실히 비관주의적이다.
“어쩌면 교차 사격을 우리의-“ 새로운 별이 전면 스크린에 번쩍였다. 초신성 폭발이 백색에서 노랑색으로, 주황색으로, 적색으로 바뀌며 천천히 타올랐다.
“분열 폭발이에요.” 컴퓨터가 말했다. “30 킬로톤 범위군.” 창은 머리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전자기기 뿐만이 아니었다. 저 외계인들은 핵물리학도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제 무엇이 더 나빠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게 떴네요.” 컴퓨터가 말했다. 다른 화면이 켜졌고, 확대되어서 거친 이미지였다. 창은 표시된 함선이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했으나, 어떤 종류 든 군함을 본다면 알아차릴 수는 있었다. 함선들은 여러 대의 함포와 두 대의 포탑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근접전용 신속 발사 무기라고 창은 추측했다.
그는 가능한 선택지를 저울질했다. 정면대결을 해서 이긴다고 해도 브킬라가 만족할 만한 정보를 얻어내기는 어려웠다. 침착하게 멈추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그를 괴롭혔다.
“저들도 나만큼 이나 겁먹었겠지.” 그는 결심했다. “선두의 함선에 쟤네가 그랬던 것처럼 조그만 것 하나를 쏴 버려. 하지만 속도를 늦춰서 피할 수 있도록 해.” 창은 모든 패를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핵분열의 포화가 한 번 더 꽃피었고, 이견의 여지가 없이 찬란한 빛을 발했다. 외계인들의 소음은 이제 고함 수준으로 커졌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정적이 찾아왔다. 저 외계인들은 창이 어떤 식으로 든 그들의 언어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음이 틀림없었다. 고양이와 쥐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쪽이든 어느 역할이든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세 대의 외계 함선이 서로 가까이 다가갔지만, 한 번의 발포로 한 대 이상을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접근하지는 않았다. 작은 함정들이 앞 뒤로 왔다 갔다 했다. 저들이 작전회의를 하고 있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창은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 그는 잠에 들었다. 대대적인 공격에 맞이하면, 컴퓨터가 어떻게든 폴리의 찬양함을 방어해낼 것이었다. 두어 시간 후 컴퓨터가 외계 함선 중 한 대가 하이퍼드라이브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보고하며 그를 깨웠다.
“어느 한 대?” 그가 물었다.
잠시동안 세 척의 함선 중 가장 작은 함선이 스크린에 표시되었다. 남은 함선에서 작은 함정이 폴리의 찬양함으로 다가왔다. 모함과는 달리 이 함정은 빛으로 번쩍였다. 휴전 표시 같은건가? 하지만 창은 함부로 신뢰할 수는 없었다.
“2000킬로미터 이내로 접근하면 경고 사격을 하도록 해.” 창이 말했다. “이번에는 핵탄두 말고, 화약 탄두로 하자고.”
하지만 함정은 경고 사격 거리의 두 배 가까운 거리에서 멈춰섰다. 함정은 다시 모함으로 후퇴했고, 레이더 신호등과 투광조명으로 번쩍이는 작은 금속 용기를 남겨두었다.
“얌전히 놀자는 거로군. 그치?” 창이 말했다.”
“부비트랩이 설치되었을 수도 있어요.”
“그럴지도.” 그도 동의했다. “그럼 한 번 알아 봐야지? 탐사기를 보내봐.” 작은 로봇이 금속 용기로 속도를 내었다. 창은 외계인들이 저것으로 뭘 하려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들이 가진 기술력의 일부를 알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는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길 바랬다.
금속 용기의 조명은 눈부시게 밝았지만 플라즈마는 아니었다. 전원부의 배터리 팩이 지구인들의 그것보다 컸다. 용기 자체는 마치 쓰레기통처럼 생겼다. 호일 커버가 상면부를 덮고 있었다. 진공 속에서 종이 테이프는 벌써 물러지고 있었다.
창의 시선 방향으로 탐사기가 호일을 벗겨냈다. 별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금속 용기 내부를 비춘 카메라에는 단지 두 개의 두꺼운 양피지 같은 종이 뭉치가 있었다. 하나는 깨끗했고, 다른 하나는 가장자리가 해졌는데, 마치 책에서 찢어낸 듯한 모양이었다. 책의 지면에는 알 수 없는 문장들이 쓰여 있었는데, 흑백의 글자들이 대부분의 지면을 덮고 있었다. 불규칙한 패턴의 선과 여백들이었다. 창은 컬러로 보는데 익숙해져 있었지만, 단번에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스펙트로그램이야!” 그는 고양되었다. “저 들의 함선이 향하던 태양의 스펙트럼과 대조해봐.”
수 초 후, 컴퓨터가 말했다. “일치하네요.” 창은 다소 아리송하다는 듯한 전자 음성을 들으며 우쭐해 했다. 속으로 웃음을 감췄다. 컴퓨터가 창 자신보다 똑똑할 지는 모르지만, 직관적인 면에서는 뒤떨어졌다.
다른 문서는 외계인들이 다른 종족과 접촉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일련의 솜씨좋은 그림이 창에게 그려졌다. 두 외계 함선 사이로 하이퍼드라이브에 진입하고 그들이 뒤쫓도록 해야했다. 그들은 또한 창의 함선이 정상 우주로 되돌아왔을 때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저들의 함선이 폴리의 찬양호에 생성된 드라이브 필드를 직접 간섭하게 해서 정상 우주에 돌아가도록 놔두어야 했다.
“상당히 신중한 태도야.” 창이 말했다. “내가 나타났을 때 저들도 모든 함선을 긴급 발진 시켜야만 했겠지. 나라도 그랬을거야.”
폴리의 찬양함 치고는 하이퍼드라이브 진입이 부드러웠다. 창을 에스코트 하는 함선은 드라이브 필드가 운용될 만한 거리만 남겨두고 딱 붙어있었다. 창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들의 함선은 창의 함선이 속도를 올려도 바로 따라잡았다. 몇몇 기술은 지구인들 보다 뒤쳐진 듯 했으나, 하이퍼드라이브 시스템 만은 최고였다. 이제 곧 정상 우주로 진입할 것이 예상되었다. 창은 이를 악물고 몇 cc의 기억 RNA를 스스로에게 주사했다. 이제 열흘에서 2주 정도의 기억은 완전히 보존될 것이다. 그러고 미친 두통도 따라오겠지.
지구인들과 비슷했다. 외계인들은 황도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진입하는 것을 선호했는데, 우주 쓰레기와 충돌하는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것이었다. 창은 무기력하게 외계인 함선 간의 라디오 통신을 듣고 있었고, 그가 예상한 대로 그들은 그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닐곱 척이 창의 주위로 구형 편대를 이루었다. 또 다른 교신용 용기가 말하기를, 이 태양계의 두 번째 행성에 다가가는 동안 창의 함선은 이 구형 편대 안에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영광스러운 자리가 아니었다면, 차라리 물러났을텐데.” 그가 툴툴댔다. 프로스트의 시를 읽으며 그는 다른 고대 작가들에게도 흥미가 갔다.
폴리의 찬양호로부터 단 1, 2 킬로미터 앞에 있던 선두의 함선이 폴리의 찬양호가 라이트를 번쩍이기 시작 할 때까지 속도를 늦추었다. 몇 분 후, 창도 이해했다. “폴리,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죠.” 컴퓨터가 말했다. 말 실수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외계 함선의 뒤를 쫓았다. 발전된 문명의 우주항이라는 것은 언제나 절망적일 정도로 똑같았다. 광활한 콘크리트 덩어리에 재미를 붙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폴리의 찬양호가 뭉게구름 아래로 하강하자, 방벽 시설은 창의 눈길을 끌었다. 엄청나게 강화된 시설이었다. 폴리의 찬양호가 비행장의 중심부에 접근하자 대기권 내 비행체들이 시끄럽게 주위를 날아다녔다. 창이 총포로 무장한 기갑차량을 보자 브킬라의 오래된 테이프에서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
콘크리트 시설을 가로질러가는 보병들의 모습도 보였다. 창은 화면을 확대했다. 외계인들은 상당히 인간형 이었고, 지구인들 보다는 더 크고 말랐으며, 무릎이 반대 방향으로 꺾여있었다. 그들은 얄팍한 여우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으며 턱은 길었고 뭉툭한 육식동물의 이빨이 있었다. 붉은 기를 띤 두터운 황색 털이 몸의 대부분을 덮고 있었다. 신발, 벨트, 불룩한 주머니와 헬멧을 제외하면 입고 있는 옷은 없었다.
그들이 들고 있던 개인화기가 창에게는 역사적 순간의 시작이었다. 그들의 총에 달린 무늬가 새겨진 탄창은 여전히 인간세상에서 널리 쓰이는 칼라시니코프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주변을 재빨리 둘러보니, 그냥 우연에 불과했다. 다른 물건들의 디자인은 전혀 비슷한 점이 없었다.
그는 대기 분석 결과를 확인했다. 괜찮은 편이었지만, 저 시끄럽고 연기를 내뿜는 강철 괴물들로부터 나온 질소와 황 산화물이 섞여있었다. 질병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외계 균종들이 인간을 맛있는 먹이로 삼는 경우는 드물었고, 광역 면역 주사가 그를 한 층 더 안전하게 해주었다.
컴퓨터에 몇 가지 지시를 내린 후, 보조 화기를 끌러메고 에어락의 사이클을 통과했다. 이 권총으로 저 밖에 있는 화력을 상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지만, 조직된 군대가 없는 종족은 대표에 실패하기 마련이었다.
에어록의 문이 열리고 위험한 순간이 다가왔다. 외계인들중 하나가 당황하거나 방아쇠를 당기는 일에 미쳐있다면 브킬라는 이제 다음 파일럿에게 사라진 함선이 다섯 대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창이 모습을 드러내자 몇 외계인들이 고함을 쳤다.
“파일럿님, 저들이 나타났어요.” 창의 귀에 이식된 리시버로 컴퓨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헬멧에 있는 줄무늬를 좀 봐.” 그들 중 하나가 군용 총기를 철커덕 거리는 모습을 보자 창은 자신없긴 하지만 외계인들의 첫 문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격 중지!”
얼마 동안, 창은 그의 몸무게가 왔다갔다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사실은 그 반대라는 것을 알아챘다. 바다 사람이 육지에 발을 내딛은 것처럼, 창은 폴리의 찬양호가 만들어낸 불안정한 중력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처럼 안정적인 중력을 오히려 이상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었다. 함선의 기계적으로 정갈한 공기를 뒤로 하자, 알 수 없는 매콤한 향내가 와인의 향기처럼 창에게 퍼져왔다. 공기에 섞인 디젤의 냄새가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그가 기침을 하도록 하는데 충분했다. 군부대가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밀어내는 움직임을 취하면서 그는 폴리의 찬양호로부터 10미터 반경 정도 거리로 걸어갔다. 분대가 그의 경계선 안쪽으로 거만하게 들어오자, 폴리의 찬양호가 창의 귀에 귀가 찢어지는 듯한 경고음을 보냈다. 기관총이 외계인들을 향해 회전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창은 웃음을 지었다. 외계인들이 함선 안에 누군가가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 저들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 터였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누군가가 있긴 한 것이다.
비 인간 종족 중 한 명이 작은 그룹으로부터 벗어나 앞으로 나왔다. 보란듯이 창이 설정한 경계선 까지 다가와서 멈추었다. 창은 그 외계인의 머스키한 체취를 맡을 수 있었다. 창이 무슨 냄새가 나는지는 누가 말 할 수 있으려나?
그 외계인 - 장교 정도 되어 보였고, 헬멧에 다섯 개의 줄무늬가 있었다 – 은 자신을 가리키며 말하길,
“잔(Zan).” 그러더니 그의 뒤에 있던 군인을 가리키며, “잔.” 또 다른 이를 가리키며, “잔.”
한 다스나 그 이상 되는 무리를 가리켜 손짓했다. “자낫.”
언어 강습이 시작되었다. 창은 저 자낫 장교가 훈련된 대 외계인 접촉 전문가라고 생각했다. 그 외계 장교는 마치 전에도 이런 일을 여러 번 해본 것이라는 암시를 주며 차분하고 능숙하게 일을 헤쳐나갔다. 숙련된 솜씨로 그는 창에게 단어와 문법 구조를 알려주었다. 문법 구조는 창이 신음을 내도록 했는데, 자낫의 언어는 굉장히 종합적이기 때문이었다. 창은 저급 중국어나 영어와 같이 단순한 언어 구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어를 기반으로 한 언어를 말할 정도의 세계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는 한 번 익히면, 잊는 법이 없었다. 접선 장교의 이름은 리오쉬(Liosh)였다. 적어도 창이 이해한 바로는 그랬다. 창의 이름은 그들에게 “라즈무쨩(Razmuzjang)” 정도로 들리는 듯 했다. 리오쉬는 벨트를 풀고 신발을 벗고 헬멧을 타맥 위에 올려놓았다. 완전히 나체가 되고 나서 그는 스스로를 가리켰다가 폴리의 찬양호에 달린 진입 사다리를 가리켰다. 그들의 움직이는 귀는 인간의 눈썹과 같은 표현 수단이 되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기 가자?”
“안돼.” 창은 공손하게 거절했다.
리오쉬는 매우 인간스러운 모습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수 백미터 떨어진 블록형 건물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가자, 그럼?”
창은 위험을 무릅쓰기로 했다. 군장에는 엿새나 이레 정도 버틸 수 있는 식량과 비타민과 섭취 가능한 단백질과 지질을 분석하는데 필요한 약품들도 챙겨두었다. 자낫들이 그를 죽이려고 한다면, 독살이 가장 쉬운 방법일 터였다. 창은 핸드셋에 대고 그가 무엇을 할 작정인지 폴리의 찬양호에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데이터를 가지고 돌아가. 가능 하다면. 우선 명령이야. 아 그리고 다른 우선 명령이 있어. 나포 되면 자폭을 실행해.”
“확인했습니다.” 창이 명령하자 창의 귀에 있는 리시버와 핸드셋 모두를 통해 컴퓨터가 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리오쉬가 이것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실히 이해하길 바랬다. 자낫의 통신 기기는 그의 가방보다도 더 크고, 등에 메는 방식이었고 훨씬 무거워보였다. 그가 예상하기로는 리오쉬 정도면 그것 들로부터 결론을 내릴 정도로 똑똑할 것이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그는 자낫들에게 그가 없는 동안 자신의 물품을 잡으려고 하거나 그가 주기적으로 함선과 교신을 하지 않으면 지옥도가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전달하였다. 리오쉬도 즉각 동의하였는데, 창은 그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리 하였다고 확신했다. 그는 으쓱였다.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항구의 건물로 들어가는 동안 기병대가 그와 리오쉬의 주변을 둘러쌌다. 그들이 건물에 거의 다 와가자, 소화기(小火器)가 발사되는 소리를 들었다. 한 발 이었고, 곧이어 자동화기의 거친 발사음이 들렸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발사음은 폴리의 찬양호와는 상관이 없었다. 사실, 몇 대의 기갑차량이 그의 함선으로부터 우주항 방향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컴퓨터에 물었다.
“전투요.” 고도로 복잡한 존재이긴 하지만, 폴리의 찬양호는 짜증날 정도로 단순했고, 특히 우선 명령을 내린 후에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잠시 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알려왔다. “공격자들은 매우 잘 은신해있어요. 하지만 자낫은 아닌거 같네요.”
“재미있군.” 창이 말했다. 그는 리오쉬에게 돌아서며 그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심문 용어를 사용하였다.
“뭐여?”
접선 장교는 그의 네 손가락을 펼치며 많은 종족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도살자(Slayor)다.” 리오쉬가 말했다.
“세상의 사람들.” 그는 창이 마침내 알아들을 때 까지 여러가지 방법으로 접근했다. 그는 Slayor가 무엇인지에 대한 상위 개념이 없었다. 함선을 가리키며,
“도살자 – 아님.”, 전투 차량을 가리키며, “도살자 – 아님.”
원시 야만인들이라고, 창은 적당히 알아들었다. 그 말인 즉슨, 여기가 자낫의 모행성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도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암시들이 그를 거슬리게 했었다. 자낫들은 물물 교역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정복자로서 온 것이다 – 특히 구 인류 연합처럼 통일된 확장적 제국주의일 것이다.
그리고 만약 산산조각난 인류들이 무방비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이들의 기술력이 옛 인류 기술력의 최정점의 수준에 다다르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현재 우주를 떠도는 인간들도 모자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창은 도망치고 숨고 싶었다. 대신 그는 리오쉬를 따라 항구 건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금속으로 보강된 장치가 쿵 하고 소리를 내었다. 리오쉬는 그를 데리고 몇 층을 빠르게 올라가 복잡하게 얽힌 통로를 지났고, 기병들이 쓰는 책상, 캐비닛, 기타 사무용 가구들이 널려있는 스위트 룸으로 들어갔다. 나머지들은 그들의 막사에서 가져온 듯한 여러 기구들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커다란 금속 풋락커, 테이블, 로키 표준 보급품이랑 놀라우리만치 비슷한 간이침대, 그리고 그가 무릎이 반대로 꺾인 종족들에게 적합하도록 생겼다는걸 알아차릴 때 까지 창을 혼란케 했던 몇 개의 의자로 쓰이는 기묘한 가구들이 있었다. 리오쉬는 그런 기구들과 방을 가리켰다.
“니꺼” 그가 말했다. 창은 끄덕였다. 이미 잔(Zan)들이 친근하게 여기는 제스처였다. 창은 요새에 걸맞게 총안(銃眼)이 나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문 밖에 호위 병력이 있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는 이 항성계에 나타난 이래 주욱 수감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리오쉬의 경외를 살 만큼 자낫의 언어를 빠르게 배웠다. 외계인 접촉 전문 장교가 상당히 몰아붙였다. 완전 기억 약물의 도움도 크게 받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의 기억력은 좋은 편이었고 자낫들은 인간들에 비해 절반만 자는 것처럼 보였다. 그 장교는 창이 자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창은 그 장교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최소한 그가 그 자신을 엄청나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은 현명한 심문자였고, 한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슬며시 넘어가는 일에 능숙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접촉 장교는 창을 완전히 꿰뚫어 보지는 못하였다. 창은 조심스럽게 지구 연합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처럼 말했다. 창은 완벽하게 그런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했고, 리오쉬는 꿈에도 그를 의심하지는 못하였다. 그래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리오쉬는 창에게서 상당한 수준의 정보를 얻어내었고, 알려준 것은 거의 없었다.
창은 그들의 탐색적인 금안(金眼)을 보고, 그들의 으르렁대는 목소리를 자는 중에도 듣기 시작했다. 그는 그들이 폭풍속에서 말을 하려고 하는 꿈까지 꿨다. 천둥이 쳤다. 번개가 하늘을 수놓았다. 그가 일어나자, 그는 꽤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밤은 역청과 같은 새까만 색이었지만 그의 방으로는 번쩍이는 빛이 정신없이 비쳐왔다. 하늘을 찢는 듯한 충돌음은 그 어떤 폭풍보다도 시끄러웠다.
그는 혼란 와중에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자낫의 거친 함성과 조금 다른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높고 얇은 소리로 기묘하게 울부짖는 소리였다. 그 울부짖는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가까워졌다. 자낫들은 굳이 그를 무장해제 시키지는 않았다. 벨트에 권총을 차고 창문으로 달려가 밖을 내다보았다. 높은 기둥에 매달린 탄소 아크 램프가 우주항의 타맥(tarmac) 표면에 기분 나쁜 푸른 빛을 뿌려대었다. 표면 위를 내달리는 그림자들은 죽음이 조각난 것처럼 새까맣고 날카로웠다. 대부분은 자낫들이 가지지 못한 우아한 선회동작을 하며 움직였다. 참호에서 기관총을 발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불꽃을 내뿜었다. 무언가 달려가는 것들 중 하나가 쓰러지고, 뒤이어 나머지 하나도 쓰러졌다. 창은 자낫 커플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관총의 발사음이 멎었다. 탄이 걸린건가? 공이가 부러졌나?
창은 알 방법이 없었다. 우아하고 날렵하게 달리던 이들이 구덩이로 점프해서 들어갔다. 기관총은 여전히 조용했다.
콰르릉! 전면으로 포연이 자욱했다. 흑색 화약의 폭발이었다. 원시적이지만 효과적이었다. 아크 램프가 마구 흔들리다가 큰 폭발음을 내며 떨어졌다. 잠시 뒤, 또 다른 램프가 꺼졌고 우주항의 반의 반 정도에 황혼이 졌다. 도살자가 승리에 취해 울부짖었다. 그들 모두가 원시적인 무기를 들고 있지는 않았다. 창이 있던 창가 근처로 수 발의 탄알이 박혔다. 그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포획한 무기를 발사한 것이 틀림없었다.
우주선이 콘크리트에 부딪히면서 내는 쇳소리와 함께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났다. 창은 공포에 질려 내장이 쥐어짜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원주민들의 공격에 폴리의 찬양호가 박살났다면, 자낫이 함선에 핵탄두를 발사한 것 처럼이나 고립되는 일을 피할 수는 없었다.
우주항 건물 안에 있던 자낫들은 모두 기습공격을 받았다. 초병들은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았고, 자낫들은 인간들처럼 모두 잠에 빠져있지는 않았다. 경고음이 울렸다. 근처 방에서 누군가 소리를 지르며 명령을 내렸고, 창문이 깨지며 유리조각들이 흩날렸으며, 소총이 마구잡이로 발사되었다. “저 쪽에 빌어먹을 놈들이 더 있습니다!” 한 대원이 소리쳤다.
그러나 도살자들은 비밀리에 수 개월 동안이나 그들의 습격을 준비했음이 틀림없었다. 어쩌면 수 년 동안 일지도 몰랐다. 그들은 별에서 온 가증스러운 침략자 들에게 그들이 가진 모든 것들을 던져댔다. 심지어 그들은 어찌된 일인지 자낫의 포병에 대항할 엉성한 야전 장비까지 우주항 가장자리로 끌고왔다. 뒤편의 창문 너머로 창은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과 연기 덩어리를 볼 수 있었다. 건물에 한 발이 제대로 적중했다. 그러나 자낫들은 수많은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건물들을 견고히 만들었다. 그리고 창이 들어섰던 보강문을 원주민들이 강제로 열려고 하자 격렬한 반격을 맞이했다. 자낫들은 그들이 후퇴하자 총을 쏘아댔다. 창은 원주민들의 기습공격이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미끼였고, 주의가 끌린 사이에 도살자들은 반대쪽 먼 곳의 건물에 폭약을 설치하고 신관에 불을 붙이고 달아났다.
폭발의 여파가 창을 발 끝에서부터 그를 뒤덮으며 날려버렸다. 그는 탄탄한 보호구 안으로 굴러갔다. 바닥이 그의 아래편으로 요동쳤다. 소음이 귀를 마구 때렸고 기절할 만큼 시끄러웠다.
그는 꼿꼿이 서서 멍한 상태로 비틀거렸다. 귀는 반쯤 멀어버린 느낌이었다. 부상을 입은 자낫들의 비명소리가 희미하게, 거칠게 흐르는 물 소리처럼 들려왔다. 공기는 연기와 피비린내로 가득찼다. 다른 종류의 비명도 있었는데, 흥분해서 내뱉는 거친 소리였다. 도살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문이 벌컥 열렸다. 보조등만이 통로를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리오쉬와 몇몇 군인들이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에는 충분했다. 리오쉬는 절뚝거리고 있었다. 어떤 군인은 다리 아래쪽에 붕대를 거칠게 감고 있었다.
“이리 와!” 리오쉬가 창에게 소리쳤다. “빠져나가게 해줄게. 우린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수도 없고 너도 저 야만인들이 도살하게 놔두기에는 아까운 자원이야.”
창도 그 말에는 동의했지만 자낫들과는 좀 다른 이유들에서의 동의였다. 하지만 폴리의 찬양호 근처에 있는 놈들에게 끌려가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그가 망설이자, 리오쉬의 군인 중 한 명이 그에게 총을 위협적으로 들어올렸다. 창도 굴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리오쉬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미로처럼 얽힌 통로를 돌 조각과 시체들을 헤치며 급히 뛰어다녔다. 창은 처음 보았던 도살자가 죽어있는 것을 보았다. 호리호리하고 회색에 털이 없었으며 커다란 머스켓 총은 죽고 나서도 손에 쥐고 있었다. 그것의 흉부에는 총상이 가지런히 나있었다. 뒤편의 사출상은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여 끔찍한 모습이었다. 리오쉬가 그의 눈길을 뒤쫓았다. “저 놈들은 멍청하다. 용감한 멍청이이긴 하지만 멍청이다. 저들은 우리가 저들을 받아들여 우리의 주거권으로 데리고 가면 훨씬 삶이 나아질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로마인들도 비슷한 노래를 골족에게 불렀었지, 영국이 인도에, 미국이 인도차이나에, 그리고 옛 인류연합이 에리다니 I (Eridani I)에 그랬듯이 말야, 하고 창은 생각했다. 어떤 경우에는 그들이 옳은 것으로, 다른 경우에는 그들이 옳지 않았던 것으로 판명되곤 했다. 어느 쪽이든, 알아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이 죽어야만 했다.
살아남은 원시종족중 하나가 모퉁이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소리치더니 돌진해왔다. 레이피어 한 자루 만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자낫이 총을 발사했고, 산산조각 나버렸다.
그들 뒤에서 총이 발사되었다. 도살자들의 흑색화약이 내는 먹먹한 소리였다. 리오쉬의 병사들 중 하나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그 토착종이 자신의 작은 승리에 오랫동안 취해있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리오쉬는 부상당한 병사에게 무릎을 꿇고 창이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낮은 소리를 내며 질문을 했다. 그 병사는 목이 막힌 소리를 내며 으르렁거렸다. 리오쉬는 병사의 목을 칼을 꺼내어 깔끔하게, 숙련된 솜씨로 베어냈다. 귀와 눈과 코를 차례대로 만지고서는 다시 벌떡 일어나 서둘러 움직였다.
리오쉬는 남은 병사와 창을 데리고 문 앞에 섰다. “여기야.” 병사들이 들어가자 리오쉬는 바짝 붙어 뒤를 따라가다 문을 닫았다. “내려가라, 주욱.” 나선 계단을 내려갈 때에 그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의 얇고 어두운 색의 입술이 그가 억지로 걸음을 옮길때마다 이빨 너머로 말려올라갔다.
반지하층에는 도살자들이 없었다. 아직까지는. 비상등마저 꺼진 상태였지만 창은 계단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가 탈출을 고려해보고 있을 때, 두 자낫 병사가 전등을 껐다. 리오쉬는 불빛이 거의 필요 없다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앞장섰다. 마침내 그는 찾아다니던 문을 발견해냈다. “탈출 터널이다.” 그가 창에게 설명했다. “이런 당혹스러운 사태에 대비한 것이지. 끄트머리에 아직 차량이 남아있길 기도하는 수밖에.”
통로는 5~600미터 정도였고, 오렌지 색의 조명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곧 창은 신선한 공기의 내음을 맡을 수 있었다. 저녁 즈음의 시원하고 촉촉함이 느껴졌다. 리오쉬가 금속 사다리를 올라갔다. “이제 네 차례다.” 그가 말했다. 등짝에서 느껴지는 병사의 소총을 강렬하게 의식하면서 창이 사다리를 올라갔다. 무성하고 울창하게 난 수풀 지대가 차량을 가리고 있었다. 덕분에 우주항 쪽에서 발견하기는 힘든 상태였다. 두 세 개의 중갑옷이 아직도 자리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미 전투를 겪은 후였다. 진입로에 돋아난 야생의 풀들은 평탄하게 정리된 상태였다.
리오쉬는 거대한 괴물 같은 차량은 무시하고, 대신 가볍고 재빠른 차량으로 갔다. 군 역사학자라면 아마도 기갑 보병 수송차 라고 불렀을 것이다. 창은 비슷한 종류의 기계들을 여러 인간 행성에서 봐왔다.
병사 하나가 운전석에 앉았다. 리오쉬와 창은 차량 뒤쪽으로 돌아갔다. 리오쉬가 이중문을 열고 들어갔다. 뒤이어 창도 차량에 올라탔고, 마침내 짧은 시간이지만 감시를 받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창은 권총을 꺼내어 리오쉬의 오른쪽 귀 뒤를 때려 기절시켰다.
리오쉬가 힘없이 쓰러졌다. 창은 차의 시동을 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병사의 뒤로 달려갔다. 병사는 권총을 보자 동작을 멈추었다. “내려.” 창이 명령했다. 그는 그 병사도 후려쳐서 의식을 잃게 만들었다.
창은 리오쉬 곁에서 권총을 쥔 채로 잠시 서있었다. 하지만 터널의 입구 쪽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 잔의 장교는 어쨌든 창의 목숨을 살리려 노력했던 것이다. 그는 뒤로 돌아서 비행장으로 향했다. 으깨진 식물들의 내음이 그의 코를 가득 채웠다.
창은 주머니에서 핸드셋을 꺼내고 외쳤다. “가는 중이야!”
“이번에는 좀 오래 걸렸네요.” 폴리의 찬양호가 신랄하게 콕 찝었다. “여긴 상황이 좀 곤란하게 되었어요.” 창도 관목에서 일어나며 광경을 보았지만, 곤란하다는 말은 상황을 다소 부드럽게 표현한 것이었다. 예닐곱 대의 기갑차량이 타맥 포장 위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우주항의 건물들은 활활 불타오르며 주변을 살필 광원이 되었다. 창은 박살난 우주선들의 주변에 널려있는 자낫과 도살자들의 시체를 뒤로하고 달렸다. 창은 폴리의 찬양호가 처절한 전투의 상황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약간은 안심할 수 있었다. 그때, 총탄이 그의 귀를 스쳐 지나갔고, 다시 다른 한 발이 콘크리트에 박혔다. 그리고 창은 거리가 좀 떨어져봐야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창의 모습은 어둠속에서 움직이는 다른 많은 형체들 중 하나였을 뿐이고, 그가 사수였다면 발사하지 않았을 법한 그런 목표물이었다. 폴리의 찬양호는 아직도 수 백 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너무 늦을 때까지 도살자들을 정찰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들 중 하나가 그에게 검을 휘둘렀다. 레이피어가 아니라 커다란 양손검인 클레이모어에 가까웠다. 검격이 빗나갔다. 창은 영거리 사격을 실시했지만 역시 빗나갔다. 그는 권총을 그 야만인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그 도살자가 고꾸라지며 울부짖었다. 창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폴리의 찬양호에 달린 탑승 사다리를 한 번에 세 칸씩 날듯이 올랐다.
“어서 가자!” 창은 에어락의 문이 닫히자마자 소리쳤다. “저들도 당장 우리 말고 걱정해야 할 거리가 많을거야.”
폴리의 찬양호가 쫓아오는 미사일을 따돌리며 우주 공간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창은 함성을 지르며 샴페인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자낫의 궤도 정찰 함선은 주의가 분산된 행성군 보다는 기민했다. 라디오에서 수하음이 들려왔지만 창은 무시했다. 레이다와 반중력 감지기에서 함대함 미사일 경보가 울렸다. 기지에서 발사되는 미사일들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것이었다.
“처리해버려.” 창이 말했다. 이윽고 재빨리 덧붙였다. “화학탄두만 써. 언젠가 이놈들이랑 싸워야 할 텐데, 핵무기를 써서 전자기 펄스로 행성 전체를 통째로 말아먹은 놈으로 기억되기는 싫거든.”
그러나 그는 공중에서 격추되기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폴리의 찬양호에 탄두를 약한 것으로 바꾸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고성능의 센서와 더 강력한 반중력 장치라면 손쉽게 공격자들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이었다. 선미 쪽에서 붉은색과 황금색이 섞인 폭발이 일어났다.
대부분의 파일럿들이 감히 시도하지 못할 빠른 타이밍에 하이퍼드라이브에 진입했다. 그는 메스꺼워지기 전에 진입이 끝났다는 사실에 기뻤다. 폴리의 찬양호가 가진 출력을 있는대로 높이며 다른 자낫 추격자들이 FTL에 진입하기 전에 감지기의 범위를 벗어나려고 했다. 한 시간 정도는 따돌리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감지기 화면에 점이 반짝거렸다. 한 참 뒤쪽이기는 하지만 명백히 있었다. 그는 욕을 내뱉으며 벡터를 이동시켰다. 적이 뒤쫓아온 것이다. 창은 다시 한 번 욕을 내뱉었다. 그는 이미 자낫들이 훌륭한 성능의 FTL 기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 그냥 땅바닥에 꼬라박도록 만들어야지 뭐.” 그가 웅얼거렸다. 하지만 적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 뒤, 다른 함선이 화면에 더 나타났다. 뒤이어 두 대가 나타났다. 모두 울퉁불퉁한 모습이었고, 군함이었음이 확실했다.
그는 지구의 인류가 첫 항해를 시작 한 이래 모든 선장들이 되뇌었던 뻔한 말로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려고 애썼다. 선미 추적은 기나긴 추적이라고. 하지만 그가 감지기를 보자 그리 길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함선의 시간으로는 엿새나 이레 정도가 지나고, 컴퓨터도 창의 볼품없는 주점 선택에 대한 위로를 끝낼 무렵이었다. 그가 앞서고 있던 1 광년정도의 거리가 반 AU 정도로 줄어들었다. 자낫의 함선들이 구 모양으로 둘러싸는 진형을 취했다. 그들이 폴리의 찬양호의 드라이브 필드를 동시에 건드리면, 그들과 창이 모두 함께 정상우주로 튕겨 나갈 것이었다. 그러고는 홈런더비 마냥 창의 함선을 마구 두드릴 일이 뒤따를 것이었다.
“먼저 아광속으로 떨어져야겠군.” 그는 마지못해 결정했다. 압도당한 파일럿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어쩌면,” 그가 그다지 확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날 놓칠지도 몰라.” 계책이 성공할 경우의 상황이었다. 성운이 딱 적합한 장소였다. 가스와 먼지가 기기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특별히 빽빽한 장소가 근처에 있나?” 그가 희망을 갖고 물었다.
컴퓨터는 자신의 메모리와 수 세기동안의 움직임의 보정치에 대한 검색을 하느라 거의 일 분간 조용했다. 마침내 말하길, “예, 어쩌다 보니 있네요. 우린 지금 Herbig-Haro 천체 근처에 있어요.”
“내가 모르는 거네.” 창이 인정했다. “그게 뭔데?”
“발광성의 성운으로 중심에는 빽빽한-“
“필요한 것만 딱 말해봐. 저들은 탐지기에 자기들의 엔진을 연동시켜놓고 우리가 하이퍼드라이브에서 빠져나가자 마자 같이 나올 것이란 말야. 그렇지 않으면 너무 멀리 지나쳐서 영원히 놓쳐버릴 테니. FTL이라면 반 AU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우리가 하이퍼드라이브를 빠져 나왔을 때, 저 놈들은 빽빽한 중심부에 떨어지도록 항로를 설정해.” 창은 그 안의 낙천성이 넘쳐흐르도록 놔두었다. “어쩌면 한 놈 정도는 암석과 부딛힐 수도 있을 거고, 그럼 승산이 좀 생기겠지. 세 대 정도는 맞서 싸울 수 있나?”
“미사일 잔탄이 소진된 지금은 힘들어요.” 컴퓨터가 단호하게 말했다. 정찰선의 파일럿이 한숨을 쉬었다. 폴리의 찬양호는 계속해서 나아갔다. “계획을 재고해주세요. 허빅-아로 천체는-“ 창은 기계의 하극상에 대해 입씨름 할 생각이 없었다. “실행해. 잔말 말고.” 그가 거칠게 말했다. “우선 명령 실행.”
책망하는 듯한 정적이 찾아왔다. 폴리의 찬양호가 항로를 바꾸었다. 토끼를 쫓는 사냥개처럼 자낫의 함선도 뒤따랐다.
창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지금은 겨우 반 AU 정도 앞서있었다. 7천5백만 킬로미터 정도였다. 허빅아로인지 뭐시기 인지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면 자낫의 함선이 강제로 하이퍼드라이브에서 튕겨내고 그들의 방식대로 전투가 벌어질 것이었다.
폴리의 찬양호가 갑작스럽게, 심히 출렁거렸다. 함선의 정상우주 기기가 작동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함선의 모든 경보장치가 울렸다. 붉은 빛이 번쩍이고 경적이 마구 울리며 종소리가 땡그랑 대는 것이 죽은 자라도 깨울 기세였다.
창은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입이 떡 벌어진 채, 불신이 가득한 눈초리로 화면을 쳐다보았다. “이 정신나간 별이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창이 속삭이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눈 앞에 별이 있었다. 크림슨 색의 괴물이었다. 폴리의 찬양호는 그 별의 채층(chromosphere)으로부터 겨우 천 오백만 킬로미터 정도 될까 말까 한 거리에 있었다. 창이 같은 거리의 행성 위에 있었다면 하늘의 삼분의 이 정도를 이 거대한 항성이 채우고 있을 터였다. 그는 항성의 빈약한 외기권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또한 휘몰아치는 기류의 색을 통해 온도도 알 수 있었다. 한 쪽은 눈이 거부감을 일으킬 정도로 진한 루비색이었고, 저 쪽에는 좀더 밝은 색의 녹아 내리는 듯한 붉은색이었다. 불타오르는 와인으로 가득 찬 바다에 폭풍이 휘몰아치는 광경을 보는 듯 했다. 창은 무심코 이마를 손으로 쓸어 내리기 전 까지 한참이나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손이 땀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알람이 하지 못했던, 그가 현재 위치하는 곳이 어디인가에 대한 자각을 그 광경이 일깨워 주었다. 이제 조금이라도 더 지체했다가는 함선의 방벽이 얼마나 튼튼한 지 따위는 상관없이 푹 익어버릴 것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하이퍼드라이브의 스위치를 튕겼다. 혹사당한 엔진이 으르렁거렸지만 폴리의 찬양호가 FTL에 진입하면서 느끼게 된 잔뜩 뒤틀린 느낌은 이 순간 창에게 더없이 반가웠다. 창이 몸을 떨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말야, 그 놈들은 뭐가 자기들을 한 방 먹인 것인지 모를 것이라는 거야.” 가스토치의 나방과도 같은-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니 창은 다시 한 번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다. 작열하는 항성 한 가운데로 솟아나는 것이 그가 될 수도 있었다… 컴퓨터가 알지 못하는 항성에 말이다. “둘 다 튀겨버릴 뻔 했잖아!” 그가 소리쳤다. 대답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명령을 떠올렷다. “우선 명령 해제.” 그가 말했다. “네가 뭐라고 변명을 할 지 꼭 들어봐야겠어. 넌 왜 항성이 아니라 성운에 뛰어드는 거라고 생각한거야?
“그건 심지어 당신이라고 해도 명백한 일 아닌가요?” 라고 항상 오버라이드 후에 그렇듯 짜증난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제 내비게이션 데이터가 취합 됐을 때는 저 별이 존재하지 않았다고요.”
“네 다음 변명,” 창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내가 좀 믿을만한 걸로.”
“당신이 무시한 것이 제 잘못은 아니지요. 그게 다만 폴리의 찬양호와 당신 자신도 거의 소멸시킬 뻔한 것을 제외 한다면 말이죠. 당신은 제 경고를 듣지 않았어요. 전-연합시대 두 세기 전, 천문학자들은 허빅-아로 천체는 항성이 형성되기 전의 단계라고 생각했었죠.”
“진심이냐?” 창이 놀라며 물었다.
“물론이죠.” 컴퓨터는 되갚기로 결정한듯 했다. “허빅-아로 천체가 왜 빛을 낸다고 생각해요? 천천히 응축되는 가스구름의 중심부에서 발산되는 에너지가 주변부의 가스를 이온화시키고 빛을 내는거에요.”
“하지만 중력 수축이 가스 구름을 태양계 크기 만큼 – 대충 직경 80 AU 정도라고 하죠 – 줄어들게 하면 새로운 일이 일어나요. 내부 에너지의 일부가 더 이상 가스 구름을 가열하지 않고 수소 분자를 쪼개기 시작해요. 그리고 중심부는 굉장히 뜨거워져요. 그렇게 에너지가 다른 쪽으로 가게 되면, 외부의 구름층을 지지할 만한 가스압이 생성되지 않죠. 그래서 그 다음 반 년 정도는 다시 수축을 하는데, 0.8 AU 정도가 될 때까지 계속돼요. 그러면 붕괴로 인한 열과 압력이 다시 평형을 이루고 새로운 별이 마침내 눈에 보이게 돼요. 표현 온도는 4000 켈빈 정도가 될 거에요.”
“가시적이라니! 나도 그렇게 말 할걸.” 창은 그 강렬한 적색 빛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었다.
“왜 구 연합 이래로 연구가 진행되거나 알아차리지 못한거야?
“이 쪽으로는 더 이상 인류가 많이 지나다니질 않거든요.” 폴리의 찬양호가 전자적으로 어깨를 들썩이는 듯한 느낌으로 말했다. “그리고 다른 루트로 지나다니는 이들도 아직 그 별을 보지 못했어요. 그냥 아직 그 별에서 생성된 빛이 충분히 멀리 퍼지지 않았거든요. 지름과 스펙트럼으로 추측하건대, 겨우 이십년 전 쯤에나 빛을 발하기 시작했을겁니다.”
“이십 년이라.” 정찰선의 파일럿이 웅얼거렸다. 공포가 그의 내면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시작했고, 곧 경외감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역사상 가장 커다란 출산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외경심이었다.
“곧장 집으로 가는 경로를 설정해.” 그가 폴리의 찬양호에 말했다. “이제 브킬라와 천문학자들을 행복하게 할 껀수가 생겼군.” 그의 표현이 갑자기 용병스럽게 변했다. “이 테이프들은 얼마나 받을 수 있으려나.”
브킬라의 내실은 중앙구난청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의 온도로 설정되어 있었지만, 항상 5도 정도는 더 차갑게 느껴졌다.
“무능해.” 그녀가 말했다.
“어설프고, 경망스럽고, 하지만 운이 좋지. 두 번이나. 그 누구보다도 운이 좋았어.”
창이 어쨌든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녀는 상당히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창은 건방진 중학생 마냥 웃었다. “결과가 제일 중요하다고 가르쳐준 사람이 누구였죠? 그리고 제 결과가 어떠신가요, 저의 멘토 선생님?”
“흠집이 좀 있는게 보이는군.” 그녀가 험악하게 말했다. “네가 발견한 이 자낫들에 대해서 분석이 필요할거 같아. 네가 가져온 테이프들을 봤을 때, 나라면 저들의 기술 수준이 인류의 20세기 중반 수준이라고 하겠어. 말하자면, 연합 창설 전 130년 정도라 해야겠지. 거기에 맞설 만한 인류 거주 행성이라고 해봐야 고작 몇 백 개 정도 뿐이고, 그들 중 셋이 있어도 다른 네 번째를 믿질 않아. 유감이지만 로키도 마찬가지고. 이제 종족 하나가 통째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었군.”
“제가 그들을 만나기 전에도 그들은 상당히 공정한 편이었어요.” 창이 대답했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가 적절히 떨어져서 지내기에는 괜찮은 종족이라고 그들도 생각하길 바랄 수 있죠. 예, 그들이 우리의 첫 정찰대를 날려버리긴 했죠. 하지만 리오쉬의 발언을 보면 그들이 해야할 일이 있었어요. 그러고는 네 척의 상당한 크기를 가진 군함으로 폴리의 찬양호를 쫓게 했고, 모두 살아남지 못했어요.”
“그래, 네 덕분이지.” 브킬라가 말했다.
“아, 하지만 저들은 그걸 모르죠. 저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폴리의 찬양호가 네 척을 모두 박살냈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그들에게 계속해서 말했던 인류연합이 사실이었고, 저를 기다리던 지원군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그들에게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에요.”
브킬라가 희미하게 웃었다. “완전히 망쳐버린건 아니네.” 그녀가 인정했다. “정말 희한한 일이지만, 어쨌든 네가 수행한 임무 중에 최고였어.”
“뭐, 딱히 그렇지는 않아요.” 창이 말했다. 그의 테이프와 녹음이 로키의 천문 부서 전체를 광란에 빠져들게 했고, 그의 예상보다 훨씬 비싸게 팔리기도 했다. 그가 정말 최상류층처럼 흥청망청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많은 돈이었고, 브킬라가 빼돌린 것도 벌충하고 남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창과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자낫은 어때보였나? 넌 정말로 그들이 우리를 피하고, 그러니까 그 놈들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우주방어를 하며 그들에게 찾아올 지도 모를 재앙에 대비를 할 것인지, 아니면 뭐가 잘못된 것인지 찾아 나설 것인지 말야. 솔직하게 말해봐. 당장.”
창의 미소가 조금씩 사라져갔다. 브킬라는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데 능숙했다. 창은 대답해야만 했다. “그들이 찾아올까 두렵네요.”
“그게 네 보고서가 나에게 준 인상이야.” 그녀가 끄덕였다. “하지만 직접 경험이나 거기서 느낀 점들이 보고서에 기록된 것들보다도 더 가치가 있는 것들이지. 너의 판단이 내 것과 일치하는지 체크하는게 중요했어.”
브킬라로서는 참 드물게도 칭찬을 해주었다. 그래서인지 얼굴이 상기되었다. 창이 용감하게 말했다.
“리오쉬가 저를 들볶을 때 말이죠, 당신하고 리오쉬가 같이 일하면 참 괜찮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가 다소 주저하며 말했다. 반 쯤은 즐거웠지만 반 쯤은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별로 흥분된 기색이 없었다. “내 생각에도 그래.” 그녀가 답했다. “그래. 종족으로서는 상당히 닮은 구석이 있어. 사실 너무 닮긴 했지.” 그녀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흥미로운 시기야. 흥미로운 시기.”
그녀는 창이 자리에 없는 것 마냥 등을 돌렸고, 전화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조십, 닐람, 자리에 있어? 두 번째 작전으로 간다.” 창은 자리를 떠났다. 브킬라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종종 한 일에서 다른 일로 곧장 달려가곤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가 떠나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중앙구난청 바로 밖에는 또 다른 저주받아 마땅한 젊은 중위가 경례를 하며 말했다. “실례지만, 마스터 파일럿 창이 맞으십니까? 저는 조십 브루즈 입니다. 새 임무에 대해 브리핑을 하겠습니다.”
창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항상 그렇듯이 브킬라는 한 발자국 앞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창도 그녀가 어떤 의도인지 알 수 있었다. “흥미로운 시기”는 “위기”로 번역할 수 있었고, 그는 그 위기가 어떤 것인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그의 휴가가 다시 한 번 취소될 것이라는 두려운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한 번 들이대보지도 않고 끝낼 수는 없었다. “창이요?” 그가 담백하게 되물었다. “아니요, 그 사람은 좀 더 나이 든 친구에요. 로비에서는 보지 못했어요, 그를 찾고 있는거라면 말이죠."
조십 브루즈가 안심하고 등을 돌리자 이 정찰선의 파일럿은 달리기 시작했다. 당연히도, 닐람 산지바 레디 중위가 몇 백미터 가기도 전에 그를 포위해버렸다.
끝~
Harry turtledove, Herbig -Haro 연습 1차
Herbig-Haro Erig. G. Iverson (Harry Turtledove)
다른 우주선들과 마찬가지로 로키(Loki) 호도 항해를 했다. 에라스무스 창(Erasmus Chang)의 정찰선인 폴리의 기원(Praise of Folly)호는 너무 낡았다. 하이퍼드라이브를 들락날락 할 때마다 내장을 쥐어짜는 듯이 삐걱거렸고, 공기 재생기는 천식환자의 숨처럼 쌕쌕거렸으며 가중력(pseudogravity) 발생은 5%씩 왔다 갔다 했다. 창의 몸무게가 덕분에 20분마다 7킬로씩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었다. 컴퓨터 또한 낡았다. 어떤 면에서는, 사실 장점이었다. 내장된 내비게이터 데이터는 테란 연합 시절에 프로그램 된 것이었고, 60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가장 넓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메모리가 이따금씩 덤프되곤 했다. 컴퓨터는 스스로의 인격을 만들어갈 것이다 – 전력 흐름이 설정되었다. 창은 이 컴퓨터를 깊이 신뢰하지는 않았다. 그 자신 만큼이나 냉소적이고 비열한 놈이었으니까.
“음, 영웅님, 계속 살 찌고 있네요,” 라고, 창이 보기에는 어딘가 뒤틀린 즐거움을 느끼는 듯한 말을 컴퓨터가 했다.
“나도 알고 있거든, 고맙다.” 고 창이 으르렁대며 말했다. 그는 객실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 마르고 단정한 외모를 가졌고, 보통보다 약간 작은 키에 넓고 높이 솟은 광대뼈를 얇은 검은색 수염이 에워싸는 듯한 얼굴 모양새였다. 이리저리 걸어 다니면서도 그의 눈은 하이퍼드라이브 디텍터에 머물렀다. 봐야할 것은 거의 없었다. 드라이브가 켜져 있으면 정상우주의 기구들은 작동하지 않았다. 디텍터에 나타난 네 개의 반짝이는 점들은 자낫(Zanat)의 군함들이었다. 그 중 하나에는 덤벼들어 볼 만 했다. 넷을 동시에 상대하는 일은 자살행위였고, 창은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로키 호와 모든 인류는 자낫에 대해 알 필요가 있었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창이 소식을 전하기 전에 앞지르게 될 것이다 - 창이 오리온 성운을 미처 떠나기도 전에 말이다.
그는 샌드위치를 움켜잡고 먹었다. 그가 FTL 디스플레이를 다시 본 순간 네 척의 함선들은 어느새 좀 더 가까워졌다.
“다른 바(bar)를 고를걸 그랬어” 창이 말했다.
“당신만 그런 말은 한 것은 아니에요.” 컴퓨터가 말했다.
런던 펍에 초짜 소위가 들어오자 마자 창은 그의 항해가 망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어린 놈은 제복을 입고 있었고, 임무 중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창은 유일한 현직 군인이었다. 재수도 참 좋지. 창은 씁쓸해 하며 생각했다. 임무를 성공해도 축하할 일은 없겠군.
책 몇 권과 카세트와 시엔푸에고스의 성당에서 훔친 플로피디스크 몇 장이면 축하할 만 한 일이다. 낡은 플로피디스크는 특히 금 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시엔푸에고스 사람들 조차 알고 있었다. 그들은 신상(神像) 옆의 제단에 디스크를 올려놓기까지 했으니까. 정찰선의 파일럿은 소위가 중앙구난청(Salvage Service Central)에 데리고 가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씩씩댔다. 브킬라(B’kila)는 이 상황이 재밌다고 느꼈다. “그가 당신을 어디서 찾아낸거요? 런던 펍? 아니면 나디아(Nadia’s)?”
“런던 펍이야.” 창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습관을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은 놀랍지 않았다. 사실 그렇지 않았다면 더 놀랄 일이었다.
브킬라는 그를 한 번 훑어보고는, 눈썹을 찌푸렸다. “수염도 뭐 별로 없으시구만.” 정찰선의 파일럿은 손으로 턱을 가렸다. 시엔푸에고스에 있을 때부터 구레나룻을 길렀는데, 덕분에 눈에 덜 띄게 되었고,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그의 이름과는 다르게 그가 가진 코카시안의 유전자 덕택에 수염을 충분히 기를 수 있었다. “아줌씨 당신이 내 머리털들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날이 내가 전역하는 날이 될거요.”
브킬라가 박장대소를 하였고 이는 좋지 않은 징조였다. 그녀를 즐겁게 하는 일들은 대개 다른 사람들의 곤란함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통통한 흑인 여성이었고, 회색 직모를 가졌으며 중앙구난청의 이른바 우두머리였다. 로키의 어떤 친구들은 구난청을 스캐빈저 무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모두들 해적이나 도둑이나 간첩 같은 이름을 달고 시작했으며 그렇게 사라져갔다.
쓸데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보낸 후 브킬라는 창을 한쪽 벽을 몽땅 차지하고 있는 홀로 탱크(holo tank) 옆의 의자에 앉혔다. 그는 브킬라의 사무실에 올 때마다 항상 같은 느낌을 받았다 – 거미줄의 한 가운데에 있는 거미가 움직이는 것을 관찰하는 느낌이었다. 같은 편이라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그래서 뭐가 문제요?” 창이 불퉁하게 물었다. 확실히 시급한 이유가 아니라면 그녀가 굳이 창을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첩보원들이 자신을 뽐 낼 기회일 테니.
그녀는 책상의 버튼을 눌렀다. 홀로 탱크가 켜졌고, 인류가 발을 내딛었던 은하의 작은 부분들을 표시하였다. 얼마나 오래됐던, 어떤 경로로 생성된 정보이든 상관없이 인간이 정착한, 항성에 딸린 행성들은 파란 색으로 표시되었다. 붉은색은 인간이 아닌 종들이 하이퍼드라이브를 사용한 항성계의 항성을 표시한 것이었고 노란색은 아직 행성을 떠나지 못하는 종들을 표시한 것이었다. 남은 대부분의 별들은 생략되었다. 여기저기 퍼져 있는 흰색 점들은 수 광년 밖에서 항해 할 때 참조하기 좋은 절대광도를 가진 별들이었다. 그녀는 판자를 들어내고 다른 조종판을 건드렸다.
반짝이는 푸른 점들 중 하나가 유난히 더 밝게 빛났다. “시엔푸에고스 말야,” 그녀가 사족을 붙였다. “네 보고서를 봤어. 괜찮았어.”
“고맙군요.” 라 말하고 창이 기다렸다. 그녀의 칭찬은 또 다른 위험신호였다. 그녀가 살살 달래는 경우에는 대개 위험한 일이 따라왔다. 물론 그녀가 위험한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창에게 위험한 것이지.
그의 의심은 오리온 성운 근처에 네 개의 밝은 오렌지색 점이 나타나자 확실해졌다. 이윽고 위치를 확실히 하기 위해 점들은 어두워졌다.
“내가 판단하기로는, 지난 2년간 사라진 함선들을 표시한 것이 이 점들이야.”
“그건 불가능해요.” 창이 내뱉었다. “그 쪽에는 인간이 살고있지 않아요.” 로키 자체는 네뷸라에서 200광년 떨어진 테라워드(Terraward)였고, 가스 구름과 로키 사이에는 푸른 점들이 없었다.
“불가능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쓰기에는 적절치 못한 단어야.” 브킬라가 학생에게 좀 더 분발하라고 가르치듯 말했다.
“하지만-,” 창의 저항은 입 속에서만 머물렀다. 브킬라도 창 만큼이나 명확히 알고 있었다. 하이퍼드라이브에서 항해하는 함선들은 당연히 사각(死角)이 있다. 정상 우주로 돌아오면서 강체와 충돌할 가능성이 항상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굉장히 긴 구역이었다. 외계인들이 함선 한 척 정도는 잡아낼 함정을 설치했을 수도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네 곳 이라니, 기술의 최정점인 인간조차도-특히 로키와 같이 멸망한 구 인류연합의 기술들을 거의 대부분 보존한 행성 수준으로도 힘든 일이었다. 그 외에 남은 것은…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브킬라가 맥락과 떨어진 말을 했다.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이라고, 중세 영시인 프로스트의 시인데, 들어본적 있어?”
“아뇨. 한 번 도요.”
“기회가 되면 현대어로 번역한 것 좀 읽어봐. 그 프로스트라는 사람은 100년 후를 내다본 것 같단 말이지.”
홀로 탱크에 나타났던 은하 지도가 사라졌다. 흠집 투성이인 평평한 화면이 그 자리를 대신해서 나타났다. 북적이는 도시의 모습이었는데,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떼거지로 있었고, 시민들과 군인들이 있었으며, 창이 알지 못하는 함선에서 수 마일 정도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떨어져있는 모습이었다. 저 함선은 정말 조악하다고, 창은 생각했다.
“여기는 도쿄야. 첫 록솔라니(Roxolani) 함선이 지구에 도착한 곳이지. 카이로, 뉴욕, 모스크바, 상하이 등등 20여곳이 넘는 곳에도 그랬지. 기원후 2039년 이었어.” 브킬라가 상냥하게 말했다.
그런 고대사의 날짜 따위는 창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녀가 덧붙였다. “연합 창설 전 45년이야.”
그가 휘파람 소리를 내었다. 비디오가 열화된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거의 200년 넘은 물건이다. 얼마나 많이 복사되었을 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화면 상에서, 함선의 경사로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인간들이 얼마나 불안했을 지 알 수 있을 거야.” 브킬라가 건조하게 말했다. “그들은 록솔라니가 하이퍼드라이브에서 빠져나와 태양계에 진입했을 때부터 교신을 시도했어.” 창이 끄덕였다. 당연하게도 대답은 받지 못했었지.
록솔라니들이 밖으로 나왔다. 높은 헬멧과 강철 코르슬렛을 입은 튼실하고 털복숭이인 인간형 개체들이었다. 베테랑 분대다운 절도를 가지고 전열을 형성했다. 팔에 붉은 리본을 달고 장식 깃털을 매단 장교가 명령을 외쳤고, 곧 거총 하더니 인간들에게 발사하였다.
창은 고대인들의 비명을 듣게 되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비디오를 찍던 사람은 살기 위해 웅크렸고, 그 때문에 화면은 왜곡되고 흔들렸다. 그러나 이 정찰선의 파일럿은 하늘로 퍼져가는 흑색화약의 연기를 볼 수 있었다.
함선을 둘러싸고 있던 인간의 군인들이 즉시 개인화기와 로켓과 유탄발사기와 어찌어찌 가까이 위치하던 장갑차의 무반동총으로 공격을 개시했다.
화면이 다시 돌아왔을 때, 그 함선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고, 두 개체를 제외한 나머지 외계인들은 모두 쓰러져 있었다. 살아남은 그 둘은 쓰러진 전우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둘 다 머스킷총을 재장전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이 아닌 종들의 바디랭귀지는 항상 알아먹기 힘들었지만, 창은 그들이 무척이나 공포에 빠졌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가지 않은 길,” 브킬라가 중얼거렸다. “그 전까지 사람들은, FTL 항해는 영원히 불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몇 개의 단순한 장치만으로 반중력이나 하이퍼드라이브 진입이 가능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굉장한 충격이었지. 심지어 3, 4, 5세기 전에도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았을때는 더 했지.”
“그걸 왜 몰랐을까요?” 창이 물었다.
“나도 모르지. 알고 나니까 굉장히 명백한 일이었지만 말야. 도대체 어떤 종이 제철을 할 수가 없어서 황동 함선을 만들어서 띄우냐는 말이지. 그리고 구 인류의 17세기 시절 기술 수준에 도달한 종들은 모두 가능했었어. 인류만 빼고.”
“하지만 반중력과 하이퍼드라이브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세련되지 못하고 막 발전하려는 물리학을 뒤틀어 놓았어. 그것 뿐만이 아니라 전기나 원자 같은 것들에 대한 연구도 시작조차 되지 않았지. 더 광범위한 적용이 가능한 것들 이었어. 반면 다른 것들은 그냥 이 곳에서 저 곳으로 물건들을 빨리 옮기는 데만 좋은 기술이었지.
피식 웃으며 창이 말했다. “인간들이 마침내 하이퍼드라이브 기술을 얻고 지구를 뛰쳐나왔을때는 분노한 신들처럼 보였겠네요. 레이더, 라디오, 컴퓨터, 핵분열과 핵융합 – 다음 200년간 정복만 했던 것도 당연했군요.”
“당연한 일이고 말고.” 브킬라가 진지하게 동의했다. “하지만 연합은 그 모든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성장했고, 통치하기에도 너무 커져버렸어. 결속이 영원하지는 않았지. 그 누구도 인류를 건드릴 수 없었지만 인간은 항상 자기들끼리 싸우는 데는 소질이 있단 말야. 그 시절에 누군가가 써놓기를, 인간이 다른 인간과 싸우는 것은 그냥 스포츠에 불과했대. 누가 시키지도 않은 경쟁인데 말야.”
“그렇게, 와해되었군요.” 창이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된 거지. 로키나 다른 몇 행성들. 여기저기서 고철 쪼가리를 모으다 보면 모든 퍼즐조각을 다시 갖게 될 거야. 어쩌면 그 전보다 나은 것이 될 지도…시간이 충분하다면. 어쨌든 사라진 네 척의 함선 때문에 겁이 나.”
창은 그녀가 그런 단어를 쓰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사라진 것인지 모르겠어요. 거기에는 아무도 없는데.”
“우리가 아는 한 없는거지.” 브킬라가 정정했다. “하지만 한 번 지나간 길이라면 누군가가 계속해서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
그녀가 뜻하는 바를 생각하면서, 창은 목덜미의 털이 쭈뼛이 서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낮고 험악한 목소리로 대화를 끝냈다. “무슨 일인지 알아내고, 돌아와.”
“달리 할 만한 조그마한 부탁은 이제 더 없나요?” 창이 임무에 대해 설명하자 폴리의기원호에 실린 컴퓨터가 한 말이다. “이제 유서를 쓰면 될까요? 저는 안 가요. 분명히 말 하는데, 당신 만큼이나 고철덩이가 되는 최후를 맞이할 게 뻔해요.”
“내가 오버라이드 모드로 바꿔 버릴까?” 창이 툭 쏘아붙였다. 더 이상 잡담을 나눌 기분이 아니었다.
“아뇨. 그러지 마요.” 컴퓨터가 불쌍한 척 말했다. “그러고 나면 한 이틀 동안은 굼뜨고 멍청해 지는 것 같아요.”
무례하다는 말이 낫다고 창은 생각했지만, 그냥 지금의 평화로움을 붙들기로 했다. 이륙하는 일은 반중력 이륙이 항상 그렇듯 부드러웠으며, 하이퍼드라이브 진입은 최근에 폴리의 기원함이 항상 그랬듯이 거칠었다. 창이 기수로 비틀거리며 들어가다가 결국은 구토를 하고 말았다. 밖으로 나온 후, 창이 애처롭게 물었다. “좀 부드럽게 진입할 방법은 없는 거야?”
“물론 있죠.” 컴퓨터가 말했다. “일단 부속 좀 몇 개 챙겨주시구요-“ 창이 으르렁댔다. 로키의 작업장이 꽤나 쓸 만한 수준이긴 해도 정밀 대량생산에 필요한 기술들은 재발견될 필요가 있었다. 만약 연합의 낡은 함선 중 하나가 고장 나기라도 하면, 수리 한다고 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폴리의 기원호에 실린 테이프 라이브러리에도 불구하고, 하이퍼드라이브를 통한 항해는 지루했다. 컴퓨터는 창이 절반 정도 이길 만한 수준의 난이도를 정하여 체스를 했다. 창이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함정에서 탈출하기 전 까지는 그랬다. 그래서 그 뒤로는 여섯 번을 내리 이겨 버렸는데, 창이 기물을 옮기자 마자 바로 다음 수를 두는 식으로 굴욕적인 패배를 겪도록 했다. 그러고 나서는 만족하였는지, 필멸자들이 붙어볼 만한 정도의 레벨로 돌아갔다.
때때로 디텍터에 다른 함선이 탐지되곤 했다. 대부분은 폴리의 기원호를 전혀 탐지해내지 못했다. 연합 시절의 기기는 인류가 아닌 종족들의 기기나 연합 와해 이후 생산된 것들의 성능을 능가했다. 하지만 딱 한 번, 두 척의 함선이 폴리의 기원호를 쫓아 온 적이 있었다. “빌어먹을 해적 놈들.” 창이 으르렁대며 그들을 따돌렸다. 그는 미리 계획해 두었던 탈출 지점에 슬며시 도착하였다. 다른 자들이 로키로 돌아가는 길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이퍼드라이브에서 빠져나올 때의 삐걱거림은 진입 할 때보다는 나았다. 조용했다.
“이제 뭘 어쩔까요?” 컴퓨터가 말했다.
스크린에 나타난 별들의 배치는 완전히 낯설었다. 심지어 오리온 성운 마저도 창이 알고 있었던 모습이 아니었는데, 인류가 머무르던 쪽이 아니라 반대쪽에서 보이는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으쓱였다.
“가장 가까운 주계열성 G나 K로 가자고.” 그리고 함선이 하이퍼드라이브에 진입하자 구토를 했다.
처음 나타난 주황색 태양은 거주 가능 행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척박한 구역이라는 생각이 창에게 떠올랐다. 디텍터가 외계인의 비행중대를 탐지해 냈을 때는 창이 네 번째 태양계로 향하던 중이었다. 흥분과 경각심이 창의 내면에 흘렀다. 스크린에 번쩍이는 광휘로 보건대, 상당한 크기의 함선이었다. 속도 또한 빨랐는데, 어지간한 비인류 종족의 함선보다 훨씬 빨랐다. 그는 항로를 고정하고 알아채길 기다렸다.
창은 재빨리 행동했다. 낯선 자들은 꽤 민감한 디텍터를 가지고 있었다. 세 대의 함선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그에게 향했다. 창은 회피 동작을 행하지는 않았다. 접촉을 기대하고 있었다. “한심하구만.” 딱히 누군가를 집어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선두의 함선이 발생시킨 드라이브 필드가 창의 함선의 그것에 접촉했다. 두 함선 모두 정상 우주로 튕겨 나갔다. 헛구역질을 하면서 창은 외계인들도 메스꺼움에 취약한지가 궁금해졌다.
두 함선은 발산 방향으로 수 천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채 출현하였다. 그 정도면 대부분의 외계인들이 창의 함선을 찾기 힘들 정도였지만, 낯선 함대는 재빨리 항로를 수정하여 그의 뒤를 쫓아왔다.
“레이더를 작동시킬게요.” 컴퓨터가 보고했다.
“멋지구리 하네.” 창이 침울하게 말했다. 항상 그렇듯이, 브킬라가 옳았다. 다른 두 함선은 엔진을 디텍터 스크린에 물려놓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의 동료와 폴리의 기원호가 정상 우주로 진입하자 마자 그들 또한 바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창의 레이더가 곧 그들을 탐지해냈다. 그들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라디오 통신이 와요.” 컴퓨터가 말했다. 스피커로부터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으르렁 대는 소리와 휘파람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자고.” 창은 그의 이름과 함선명을 기록해 두었다.
“쟤네들 주파수에 맞춰서 찍 뿌려줘.”
완전한 침묵의 시간이 몇 초간 흘렀고, 이 전보다 굉장히 들떠보이는 외계인들의 소리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창은 비인간 종족들이 영어나 저급 중국어를 다른 파일럿 들로부터 배운건지 궁금했다. 그렇다면, 그냥 놔두면 안 되었다. 뜻 모를 중얼거림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알람이 울렸고, 컴퓨터가 소리쳤다. “미사일이 접근합니다!” 잠시 뒤 컴퓨터가 알려왔다.
“역중력을 걸고, 최대한 빠른 속력으로 와요, 그렇지만 함선으로부터 발사 궤적이 넉넉히 빗나가도록 쐈네요.”
“딱 한 발만?” 창이 날카롭게 되물었다.
“아직 까지는요.” 폴리의 기원함에 실린 이 컴퓨터는 확실히 비관주의적이다.
“어쩌면 교차 사격을 우리의-“ 새로운 별이 전면 스크린에 번쩍였다. 초신성 폭발이 백색에서 노랑색으로, 주황색으로, 적색으로 바뀌며 천천히 타올랐다.
“분열 폭발이에요.” 컴퓨터가 말했다. “30 킬로톤 범위군.” 창은 머리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전자기기 뿐만이 아니었다. 저 외계인들은 핵물리학도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제 무엇이 더 나빠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게 떴네요.” 컴퓨터가 말했다. 다른 화면이 켜졌고, 확대되어서 거친 이미지였다. 창은 표시된 함선이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했으나, 어떤 종류 든 군함을 본다면 알아차릴 수는 있었다. 함선들은 여러 대의 함포와 두 대의 포탑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근접전용 신속 발사 무기라고 창은 추측했다.
그는 가능한 선택지를 저울질했다. 정면대결을 해서 이긴다고 해도 브킬라가 만족할 만한 정보를 얻어내기는 어려웠다. 침착하게 멈추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그를 괴롭혔다.
“저들도 나만큼 이나 겁먹었겠지.” 그는 결심했다. “선두의 함선에 쟤네가 그랬던 것처럼 조그만 것 하나를 쏴 버려. 하지만 속도를 늦춰서 피할 수 있도록 해.” 창은 모든 패를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핵분열의 포화가 한 번 더 꽃피었고, 이견의 여지가 없이 찬란한 빛을 발했다. 외계인들의 소음은 이제 고함 수준으로 커졌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정적이 찾아왔다. 저 외계인들은 창이 어떤 식으로 든 그들의 언어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음이 틀림없었다. 고양이와 쥐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쪽이든 어느 역할이든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세 대의 외계 함선이 서로 가까이 다가갔지만, 한 번의 발포로 한 대 이상을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접근하지는 않았다. 작은 함정들이 앞 뒤로 왔다 갔다 했다. 저들이 작전회의를 하고 있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창은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 그는 잠에 들었다. 대대적인 공격에 맞이하면, 컴퓨터가 어떻게든 폴리의 기원함을 방어해낼 것이었다. 두어 시간 후 컴퓨터가 외계 함선 중 한 대가 하이퍼드라이브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보고하며 그를 깨웠다.
“어느 한 대?” 그가 물었다.
잠시동안 세 척의 함선 중 가장 작은 함선이 스크린에 표시되었다. 남은 함선에서 작은 함정이 폴리의 기원함으로 다가왔다. 모함과는 달리 이 함정은 빛으로 번쩍였다. 휴전 표시 같은건가? 하지만 창은 함부로 신뢰할 수는 없었다.
“2000킬로미터 이내로 접근하면 경고 사격을 하도록 해.” 창이 말했다. “이번에는 핵탄두 말고, 화약 탄두로 하자고.”
하지만 함정은 경고 사격 거리의 두 배 가까운 거리에서 멈춰섰다. 함정은 다시 모함으로 후퇴했고, 레이더 신호등과 투광조명으로 번쩍이는 작은 금속 용기를 남겨두었다.
“얌전히 놀자는 거로군. 그치?” 창이 말했다.”
“부비트랩이 설치되었을 수도 있어요.”
“그럴지도.” 그도 동의했다. “그럼 한 번 알아 봐야지? 탐사기를 보내봐.” 작은 로봇이 금속 용기로 속도를 내었다. 창은 외계인들이 저것으로 뭘 하려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들이 가진 기술력의 일부를 알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는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길 바랬다.
금속 용기의 조명은 눈부시게 밝았지만 플라즈마는 아니었다. 전원부의 배터리 팩이 지구인들의 그것보다 컸다. 용기 자체는 마치 쓰레기통처럼 생겼다. 호일 커버가 상면부를 덮고 있었다. 진공 속에서 종이 테이프는 벌써 물러지고 있었다.
창의 시선 방향으로 탐사기가 호일을 벗겨냈다. 별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금속 용기 내부를 비춘 카메라에는 단지 두 개의 두꺼운 양피지 같은 종이 뭉치가 있었다. 하나는 깨끗했고, 다른 하나는 가장자리가 해졌는데, 마치 책에서 찢어낸 듯한 모양이었다. 책의 지면에는 알 수 없는 문장들이 쓰여 있었는데, 흑백의 글자들이 대부분의 지면을 덮고 있었다. 불규칙한 패턴의 선과 여백들이었다. 창은 컬러로 보는데 익숙해져 있었지만, 단번에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스펙트로그램이야!” 그는 고양되었다. “저 들의 함선이 향하던 태양의 스펙트럼과 대조해봐.”
수 초 후, 컴퓨터가 말했다. “일치하네요.” 창은 다소 아리송하다는 듯한 전자 음성을 들으며 우쭐해 했다. 속으로 웃음을 감췄다. 컴퓨터가 창 자신보다 똑똑할 지는 모르지만, 직관적인 면에서는 뒤떨어졌다.
다른 문서는 외계인들이 다른 종족과 접촉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일련의 솜씨좋은 그림이 창에게 그려졌다. 두 외계 함선 사이로 하이퍼드라이브에 진입하고 그들이 뒤쫓도록 해야했다. 그들은 또한 창의 함선이 정상 우주로 되돌아왔을 때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저들의 함선이 폴리의 기원호에 생성된 드라이브 필드를 직접 간섭하게 해서 정상 우주에 돌아가도록 놔두어야 했다.
“상당히 신중한 태도야.” 창이 말했다. “내가 나타났을 때 저들도 모든 함선을 긴급 발진 시켜야만 했겠지. 나라도 그랬을거야.”
폴리의 기원함 치고는 하이퍼드라이브 진입이 부드러웠다. 창을 에스코트 하는 함선은 드라이브 필드가 운용될 만한 거리만 남겨두고 딱 붙어있었다. 창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들의 함선은 창의 함선이 속도를 올려도 바로 따라잡았다. 몇몇 기술은 지구인들 보다 뒤쳐진 듯 했으나, 하이퍼드라이브 시스템 만은 최고였다. 이제 곧 정상 우주로 진입할 것이 예상되었다. 창은 이를 악물고 몇 cc의 기억 RNA를 스스로에게 주사했다. 이제 열흘에서 2주 정도의 기억은 완전히 보존될 것이다. 그러고 미친 두통도 따라오겠지.
지구인들과 비슷했다. 외계인들은 황도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진입하는 것을 선호했는데, 우주 쓰레기와 충돌하는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것이었다. 창은 무기력하게 외계인 함선 간의 라디오 통신을 듣고 있었고, 그가 예상한 대로 그들은 그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닐곱 척이 창의 주위로 구형 편대를 이루었다. 또 다른 교신용 용기가 말하기를, 이 태양계의 두 번째 행성에 다가가는 동안 창의 함선은 이 구형 편대 안에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영광스러운 자리가 아니었다면, 차라리 물러났을텐데.” 그가 툴툴댔다. 프로스트의 시를 읽으며 그는 다른 고대 작가들에게도 흥미가 갔다.
폴리의 기원호로부터 단 1, 2 킬로미터 앞에 있던 선두의 함선이 폴리의 기원호가 라이트를 번쩍이기 시작 할 때까지 속도를 늦추었다. 몇 분 후, 창도 이해했다. “폴리,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죠.” 컴퓨터가 말했다. 말 실수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외계 함선의 뒤를 쫓았다. 발전된 문명의 우주항이라는 것은 언제나 절망적일 정도로 똑같았다. 광활한 콘크리트 덩어리에 재미를 붙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폴리의 기원 호가 뭉게구름 아래로 하강하자, 방벽 시설은 창의 눈길을 끌었다. 엄청나게 강화된 시설이었다. 폴리의 기원호가 비행장의 중심부에 접근하자 대기권 내 비행체들이 시끄럽게 주위를 날아다녔다. 창이 총포로 무장한 기갑차량을 보자 브킬라의 오래된 테이프에서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
콘크리트 시설을 가로질러가는 보병들의 모습도 보였다. 창은 화면을 확대했다. 외계인들은 상당히 인간형 이었고, 지구인들 보다는 더 크고 말랐으며, 무릎이 반대 방향으로 꺾여있었다. 그들은 얄팍한 여우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으며 턱은 길었고 뭉툭한 육식동물의 이빨이 있었다. 붉은 기를 띤 두터운 황색 털이 몸의 대부분을 덮고 있었다. 신발, 벨트, 불룩한 주머니와 헬멧을 제외하면 입고 있는 옷은 없었다.
그들이 들고 있던 개인화기가 창에게는 역사적 순간의 시작이었다. 그들의 총에 달린 무늬가 새겨진 탄창은 여전히 인간세상에서 널리 쓰이는 칼라시니코프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주변을 재빨리 둘러보니, 그냥 우연에 불과했다. 다른 물건들의 디자인은 전혀 비슷한 점이 없었다.
그는 대기 분석 결과를 확인했다. 괜찮은 편이었지만, 저 시끄럽고 연기를 내뿜는 강철 괴물들로부터 나온 질소와 황 산화물이 섞여있었다. 질병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외계 균종들이 인간을 맛있는 먹이로 삼는 경우는 드물었고, 광대역 면역 주사가 그를 한 층 더 안전하게 해주었다.
컴퓨터에 몇 가지 지시를 내린 후, 보조 화기를 끌러메고 에어락의 사이클을 통과했다. 이 권총으로 저 밖에 있는 화력을 상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지만, 조직된 군대가 없는 종족은 대표에 실패하기 마련이었다.
에어록의 문이 열리고 위험한 순간이 다가왔다. 외계인들중 하나가 당황하거나 방아쇠를 당기는 일에 미쳐있다면 브킬라는 이제 다음 파일럿에게 사라진 함선이 다섯 대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창이 모습을 드러내자 몇 외계인들이 고함을 쳤다.
“파일럿님, 저들이 나타났어요.” 창의 귀에 이식된 리시버로 컴퓨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헬멧에 있는 줄무늬를 좀 봐.” 그들 중 하나가 군용 총기를 철커덕 거리는 모습을 보자 창은 자신없긴 하지만 외계인들의 첫 문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격 중지!”
얼마 동안, 창은 그의 몸무게가 왔다갔다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사실은 그 반대라는 것을 알아챘다. 바다 사람이 육지에 발을 내딛은 것처럼, 창은 폴리의 기원호가 만들어낸 불안정한 중력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처럼 안정적인 중력을 오히려 이상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었다. 함선의 기계적으로 정갈한 공기를 뒤로 하자, 알 수 없는 매콤한 향내가 와인의 향기처럼 창에게 퍼져왔다. 공기에 섞인 디젤의 냄새가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그가 기침을 하도록 하는데 충분했다. 군부대가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밀어내는 움직임을 취하면서 그는 폴리의 기원호로부터 10미터 반경 정도 거리로 걸어갔다. 분대가 그의 경계선 안쪽으로 거만하게 들어오자, 폴리의 기원호가 창의 귀에 귀가 찢어지는 듯한 경고음을 보냈다. 기관총이 외계인들을 향해 회전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창은 웃음을 지었다. 외계인들이 함선 안에 누군가가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 저들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 터였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누군가가 있긴 한 것이다.
비 인간 종족 중 한 명이 작은 그룹으로부터 벗어나 앞으로 나왔다. 보란듯이 창이 설정한 경계선 까지 다가와서 멈추었다. 창은 그 외계인의 머스키한 체취를 맡을 수 있었다. 창이 무슨 냄새가 나는지는 누가 말 할 수 있으려나?
그 외계인 - 장교 정도 되어 보였고, 헬멧에 다섯 개의 줄무늬가 있었다 – 은 자신을 가리키며 말하길,
“잔(Zan).” 그러더니 그의 뒤에 있던 군인을 가리키며, “잔.” 또 다른 이를 가리키며, “잔.”
한 다스나 그 이상 되는 무리를 가리켜 손짓했다. “자낫.”
언어 강습이 시작되었다. 창은 저 자낫 장교가 훈련된 대 외계인 접촉 전문가라고 생각했다. 그 외계 장교는 마치 전에도 이런 일을 여러 번 해본 것이라는 암시를 주며 차분하고 능숙하게 일을 헤쳐나갔다. 숙련된 솜씨로 그는 창에게 단어와 문법 구조를 알려주었다. 문법 구조는 창이 신음을 내도록 했는데, 자낫의 언어는 굉장히 종합적이기 때문이었다. 창은 저급 중국어나 영어와 같이 단순한 언어 구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어를 기반으로 한 언어를 말할 정도의 세계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는 한 번 익히면, 잊는 법이 없었다. 접선 장교의 이름은 리오쉬(Liosh)였다. 적어도 창이 이해한 바로는 그랬다. 창의 이름은 그들에게 “라즈무쨩(Razmuzjang)” 정도로 들리는 듯 했다. 리오쉬는 벨트를 풀고 신발을 벗고 헬멧을 타맥 위에 올려놓았다. 완전히 나체가 되고 나서 그는 스스로를 가리켰다가 폴리의 기원호에 달린 진입 사다리를 가리켰다. 그들의 움직이는 귀는 인간의 눈썹과 같은 표현 수단이 되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기 가자?”
“안돼.” 창은 공손하게 거절했다.
리오쉬는 매우 인간스러운 모습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수 백미터 떨어진 블록형 건물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가자, 그럼?”
창은 위험을 무릅쓰기로 했다. 군장에는 엿새나 이레 정도 버틸 수 있는 식량과 비타민과 섭취 가능한 단백질과 지질을 분석하는데 필요한 약품들도 챙겨두었다. 자낫들이 그를 죽이려고 한다면, 독살이 가장 쉬운 방법일 터였다. 창은 핸드셋에 대고 그가 무엇을 할 작정인지 폴리의 기원호에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데이터를 가지고 돌아가. 가능 하다면. 우선 명령이야. 아 그리고 다른 우선 명령이 있어. 나포 되면 자폭을 실행해.”
“확인했습니다.” 창이 명령하자 창의 귀에 있는 리시버와 핸드셋 모두를 통해 컴퓨터가 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영어 연습 - Herbig-Haro by Harry Turtledove
ERIC G. IVERSON
저장용. 말과 글을 조심하자.
설시(舌詩)
-풍도(馮道)
口是禍之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舌是斬身刀,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
閉口深藏舌,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安身處處宇,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다산 정약용의 편지
아들 학유에게 보낸다.
편지 한 장 쓸 때마다 두 번 세 번 읽어 보면서 이 편지가 사통오달(四通五達)한 번화가에 떨어졌을 때, '나의 원수가 펴 보더라도 내가 죄를 얻지 않을 것인가'라고 생각하면서 써야 하고, 또 이 편지가 수백 년 동안 전해져서 안목 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보여지더라도 조롱을 받지 않을 편지인가를 생각해 본 후에 비로소 봉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바로 군자가 삼가는 바이다. 내가 젊어서 글자를 너무 빨리 썼기 때문에 여러 번 이런 계율을 어긴 적이 있었는데, 중년에 화 입을 것을 두려워하여 이런 원칙을 지켰더니 아주 큰 도움을 얻었다. 너희도 이 점을 명심토록 하여라.
1810년 봄, 다산(茶山) 동암(東庵)에서 쓰다
풍도의 설시는 5대 10국의 난세를 겪은 처세가의, 약간은 비겁해보이는 처세를 담은 것이라 볼 수도 있고 다산의 학유에게 보낸 편지도 말미에 화를 두려워해서 삼갔더니 도움이 됐다는 구절을 보면 그저 해를 입지 않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 할 여지도 있지만, 두 글 모두 발언의 정당성과 정중함을 말하고 있다.
실질적인 이득은 부수적인 것일 뿐이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할 또 다른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언행에 대한 예의가 근본적인 내용이다. 폭력이 폭력을 낳는 것 처럼, 언행의 폭력도 또 다른 폭언을 불러올 뿐이다. 거기에는 아무런 생산적인 면이 없고 오로지 소모적인 논쟁만 있을 뿐이다.
마이클 셔머가 여러분에게 건전한 회의론자가 되기 위해 조심해야하는 29가지 사고 오류에 대해 말합니다.
"관찰은 오류를 저지르기 쉬운 우리네 뇌를 거치며 걸러지게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생각이 잘못될 수 있으며, 실제로 잘못되는 경우도 많다. 이는 회의주의자들이 종종 몹시 즐거워하며 찌르고 쑤셔대곤 하는 주장을 펼친 사이비 과학자, 초과학주의자, 광신적 믿음 속에 거하는 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다양한 얼굴을 한 사고의 오류들은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 심지어 가장 엄격하고 신중한 과학자와 회의주의자들도 피해가지 못한다. 회의주의조차 극단으로 가면 창조적·비판적 사고를 억누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생각이 잘못 들 수 있는 여러 길들을 다시 짚어보는 게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연습이 될 것이다."
1. 이론은 관찰에 영향을 미친다.
2. 관찰 행위는 관찰 대상을 변화시킨다.
3. 실험이 결과를 구성한다
4. 일화를 든다고 해서 과학이 되진 않는다
5. 과학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과학이 되진 않는다.
6. 대담하게 진술한다고 주장이 참이 되지 않는다.
7. 박해를 받는다고 해서 올바르다는 뜻은 아니다.
8. 소문과 실상은 같지 않다.
9. 설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설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10. 우연의 일치가 있다고 해서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11. 대표성
12. 실패를 합리화하다.
13. 맞힌 것은 기억하고 못 맞힌 것은 무시하기
14. 증명의 부담
15. 감정적인 말과 잘못된 은유.유비
16. 무지에 호소함
17. 대인 논증과 피장파장의 오류
18. 성급한 일바화의 오류
19. 사후 추리
20. 상대를 미루어 반대하는 오류
21. 유래에 의존하는 오류
22. 이것 아니면 저것, 양자택일의 오류
23. 순환 논증
24. 귀류법과 미끄러운 비탈길의 오류
25. 부실한 노력과 학실성, 통제 단순성에 대한 욕구
26. 권위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27. 부실한 문제 풀이
28. 이념적 면역 또는 플랑크 문제
29. 초월의 유혹
아래의 링크에서 그 서문과 1~4번의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skepticmgz/220555360690